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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지역산업 일자리 전문위원장

해외 여행이 자유화되고 나서 일본으로 자매클럽 공식방문을 갔을 때 일이다. 일행중 골초 한분이 인구 20만 정도의 히라쓰까라는 작은 도시에 진입하자마자 차를 세우고 가게엘 들어갔다. 좀처럼 그분이 나오지 않아 몸이 달아서 뒤를 돌아보니 일방통행 길에 우리 버스뒤에 승용차 6~7대가 멈춰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담배 한 보루를 창고까지 뒤져서 구입해 나오는데 족히 7~8분은 걸린듯하였다. 그러나 숫자가 더 늘어난 뒤 차량 운전자중 누구하나 클랙슨을 올려댄다던지 큰 소리 지르는 일 없이 묵묵히 앞차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은 우리 한국인 눈에는 전혀 낯설었고 그때 그 영상은 지금도 영 지워지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나고야에 있는 도요타 공장을 방문했을때 브리핑을 받고 라인 투어를 도는데 작업현장에서 일본 근로자의 모습을 보고 받은 감동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 타인 하나에 3~4종의 차량이 뒤섞여 진입하는데 각종 부속을 조립하는 손놀림과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정말 눈코뜰새 없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현장이었다. 지나가는 견학자에 눈길을 준다거나 앉아서 쉬는 사람도 없고, 의자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귀국직후 일부러 찾은 울산 H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지나가는 견학자를 쳐다보며 대화하고, 의자에 앉아 신문보는 작업자등.. 앞에서 말한 일본의 두 상황을 우리나라였다고 가정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신호가 바뀌었는데 조금만 출발이 지체되어도 클랙슨을 울려대고 몇분을 지체하게 되면 바로 뛰어나와 욕설과 주먹질이 오갈것이 뻔하다.

이렇게 급한 사람들이 앞서 잠시 언급한 대기업 생산라인에 가면 마치 슬로시티에 사는 사람처럼 느리게 변하고, 도요타 방식의 작업을 요구하면 머리띠부터 두르고 나서지 않을런지 모르겠다. 이처럼 우리는 빨리해야 할 것과 천천히 해야 할 것을 착각하고 사는 것은 아닐런지!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이 '빨리 빨리'정신은 한민족의 근면성에 더해져 큰 힘을 발휘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남들이 100년 200년 걸쳐 이룩한 성장을 반세기에 이루어 낸 기적은 세계의 찬사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기업가 정신도 한 몫을 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 북경공장은 설계부터 자동차 생산까지 11개월의 기간에 이루어내 "북경현대"라는 단어가 엄청난 속도라는 의미로 중국어 사전에까지 등재되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일한 퀵 서비스 업종에 종사자만 17만명이고 년 4조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듯 국민 속에 녹아 든 빨리 빨리 정신은 긍정적인면도 있지만 무질서, 불법을 동반한 대충대충 정신을 낳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

원칙을 지켜 교통법규대로 운전하는 사람은 바보가 되고 끼어들기, 과속 잘하는 사람이 유능한 운전자로 인식되는 잘못된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빨리 빨리! 대충 대충! 정신이 누적되어 지난번 세월호 같은 참사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 할 것이다.

지금은 추석과 설날이 3일씩 연휴로 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단 하루만 휴일이어서 전 국민이 하루는 귀성으로 그 다음 하루는 귀경으로 바쁘게 우르르 몰려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약 30년전 필자가 젊었을 때 대통령 앞에서 충북을 대표하여 정책제안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국민들의 조급 심리를 치유하기 위해서도 일본이나 중국처럼 일주일 정도의 국민 휴식일을 명절에 도입하자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 제안이 채택되어 현재의 연휴제도가 이루어졌음에 보람을 느낀다.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우뚝섰으나 빠른 성장을 쫒아가기 못한 의식 수준은 아직도 후진국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슴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가 제도를 개혁하고 사람을 바꾸어도 국민 각자가 의식을 바꾸어 나가지 않으면 국가 개조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다.

그 시작은 교통질서 지키기, 공중도덕 지키기 같은 작은 기초질서부터라야 한다. 정지선지키기, 깜빡이켜기, 끼어들기 않기, 식당에서 큰소리 안내기등 쉬운것부터 지켜나가자!

'빨리 빨리, 대충 대충'이 '천천히 꼼꼼하게'로 바뀌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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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