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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

◇만사휴의(萬事休矣)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모두 끝났다. 후회도 아쉬움도, 쉼 없이 달려왔던 지난한 과정도 더 이상 부여잡을 수 없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몸 안의 마지막 한 방울 땀까지 짜내어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일생일대의 승부가 오늘, 아침 해가 다시 떠오르면서 이미 옛일이 된 것이다. 달려온 과정에 비하면 참으로 허망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미련이 더더욱 끈질기게 주변을 맴도는 지도 모른다. 어떤 성적표를 받았느냐에 따라 누구는 환호하고 누구는 낙심하겠지만 그것 역시 지나가 버린 일, 이제 고단한 몸을 누이면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저 모든 것은 다 지나가리니.

◇만시지탄(晩時之歎)

내가 그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어릴 적 시골 고향에 가면 큰댁의 허름한 방, 벽에 붙어있던 한 장짜리 달력을 볼 수 있었다. 대개 그 지역 국회의원 얼굴이 큼지막하게 박혀있고 열두 달 숫자가 빼곡한 가운데 지금 말로 하면 꿀 팁으로 '주자십회훈(朱子十悔訓)'이라는 경구가 귀퉁이를 장식하고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소홀히 하기 쉬운 부모형제나 이웃과의 관계는 물론 생활에 필요한 지혜를 알기 쉽게 정리한 '주자의 말씀'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 중에 하나, 不接賓客 去後悔(부접빈객 거후회), '손님을 잘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후회한다.' 황량한 벌판처럼 태풍이 지나간 자리, 열정으로 도전했던 만큼 패배조차 아름다운 것이니 그로서 족하리.

◇환호작약(歡呼雀躍)

승부에서 이긴다는 것은 더할 수 없이 기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땀과 노력으로 얻은 성과물이니 어찌 아니겠는가. 더구나 이번 선거처럼 그동안 쌓아온 삶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큰 승부에서의 승리라면 말해서 무엇 하랴. 우리는 그런 장면을 흔히 목격한다. 운동 경기에서 이긴 후 서로 뒤엉켜 기쁨을 나누는 선수들, 시험에 합격하여 감격스런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수험생,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고 히말라야 고봉에 올라 두 팔을 높이 들어 포효하는 산악인.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각본 없는 드라마, 이긴 이의 심정도 이와 같을 것이다. 마음껏 누리시되 초심을 버리지 말지니.

◇와신상담(臥薪嘗膽)

대학 입시를 목표로 쏟아지는 잠을 쫓아가며 공부에 열중했던 학창시절, 책상머리에 붙여 놓았던 격언들을 기억한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시간은 금이다', '정신일도하사불성'. 주먹 좀 쓴다는 어떤 친구는 책가방에 이렇게 써가지고 다녔다. '간첩 잡아 용돈 쓰자'.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곤 하지만 모든 이가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돌아가야 할 때도 있고 전혀 다른 길로 가야 할 경우도 있다.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지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가 아니라면 이는 또 다른 기회일지도 모른다. 알지 않는가. 내일 다시 태양은 떠오르리니.

새옹지마(塞翁之馬)

세상일에는 늘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그 선택지를 놓고 서로 반하는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하거나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굴러가는 것이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여와 야로 갈라져 표심을 향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그것이 승패로 이어져 많은 이들을 웃기고 울리곤 하는데 여기서 한 가지 새겨야 할 것이 있다. 너무 좋아하지도, 너무 아파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소위 억울하고 부당하여 참을 수 없는 가운데 본선은커녕 끝내 뒷전으로 밀렸을 지라도 누가 아는가. 말들을 몰아오고 전쟁을 피해 고향을 지키는 파수꾼이 될 줄을.

◇사족(蛇足)

정말 다행이다. 막장 공천과 각종 선거개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무시하며 밀어붙인 현 정권의 오만을 표를 통해 심판한 것으로 보여서 말이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고 했던가. 이 말을 명심하여 이번에 뽑힌 선량들이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약속대로 오로지 부복하는 좋은 일꾼으로 활약해 주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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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