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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

'돕는 벗 세 가지가 있나니 곧고 너그럽고 앎이 많은 벗이라.' 최근에 내가 다니는 출퇴근길에서 만난 어느 종교기관의 외부 현수막에 적힌 말씀이다. 언제부턴가 이것 말고도 일정한 기간마다 내용을 달리하여 걸리는 경구를 유심히 보는 게 작은 즐거움이 되었다. 그만큼 친근하게 다가오는 메시지가 짧은 순간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걸리는 메시지는 하나같이 강렬하고 신선하였다. 어찌 보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래도록 찾고 있던 보물을 만난 것처럼 그 문구는 가슴을 깊게 파고들었다.

지식정보화 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 우리는 시시각각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소통 채널은 끊임없는 속도로 다양해지고 그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의 양 역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기만 하다. 그럴수록 무기력한 개인이 따라잡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불가능한 시대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정보의 흐름이 주는 후과가 경쟁에서의 승패를 좌우하다 보니 너도나도 그 대열에 올라탈 수밖에 없는 기이한(?) 세상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은 그런 가운데서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보유국으로, 인구 대비 개인휴대전화 최다 보유국 중 하나로 명성을 자랑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이것을 자랑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는 곧 유통되고 소비되는 정보의 양 역시 최고 수준이라는 것일 텐데 이게 꼭 좋기만 한 일인지 다른 각도에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혹시 오해하실 분이 있을까 말씀드린다. 경제적 측면에서 그 산업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부나 그로부터 구축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성과를 폄훼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것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슴을 파고든 현수막의 한 마디 묵언이 얼마나 비장한지 그 수수함 너머에 있는 함의에 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지극히 간결한 두 문장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주는 교훈은 말할 수 없는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친구'와 '우정'에 대한 내 자신의 반성을 동반하면서. 소중한 친구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그들이 베푼 간단없는 우정에 제대로 답을 했는지 곧고, 너그럽고, 앎이 많은 것은 고사하고 온통 돌아보아야 할 일 뿐이었다.

한 친구가 있다. 벌써 한참 전에 건강 이상으로 큰 수술을 받고 현직에서 물러나 병마와 싸우고 있는 친구이다. 항상 자신감에 충만해 열정만큼 일도 가정도 우정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잘 챙겼던 녀석, 나하고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 사이로 만나면 밤이 새는 줄 모를 정도로 주거니 받거니 하던 절친 중의 절친. 그러나 지금은 외로이 잊힌 존재로 스스로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인데 나 역시 이런저런 핑계로 그를 기억에서 지우고 있었으니 참으로 야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우연한 기회에 그와 통화를 하였다. 후유증으로 인해 말까지 어눌해진 녀석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묻어날수록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 언제였나. 중환자실에 누워 사경을 헤맬 때 한 번 들러본 후 아직껏 그를 찾지 못했으니 그만큼 미안함과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왔던 것이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구나.'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로지 이것밖에 없었다.

수많은 말과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라지만 역설적으로 쓸 만한 말 한 마디 구하기가 힘든 때가 지금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로 인해 거짓과 증오가 판치는 경우를 너무나도 쉽게 목격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거기에는 예외가 없다. 정치가 그렇고 종교와 언론이 그렇고 교육과 예술 역시 그러하다. 이러한 때 소박하기 그지없이 다가온 촌철살인의 한 마디가 다시금 내 가슴을 때린다. '네 벗들에게 너는 어떠한 존재였느냐.' 장마철, 눅눅한 우리의 삶터가 각 분야의 갈등을 넘어 진심어린 말속에서 희망을 찾고 신뢰와 화해의 시대로 진입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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