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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

참 시시한 겨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까마득하게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더라도 확연하게 비교가 된다. 그때의 겨울은 매섭고 추웠다. 눈도 많았을 뿐더러 길고 긴 시간이 야속할 정도로 혹독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악동들은 언 손이 갈라져 터지는 줄도 모르고 썰매를 타며 신나게 놀았다. 꽁꽁 얼어붙은 명암저수지가 바로 그 본거지였다. 동네에서 가까운 그곳은 계절마다 우리들의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겨울이면 어김없이 천연아이스링크로 변해 온통 아이들 판이었다. 시간의 필름을 거꾸로 돌리면 넓은 얼음판을 마음껏 지치고 달리던 악동들의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넘어지고 뒹굴면서도 외발 썰매에 올라 무에 그리 즐거운지 찬바람을 씽씽 가르던 동무들의 질주가 눈에 선하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기억이 있다. 그게 무슨 영문이지는 훗날 머리가 큰 다음 알게 되었는데 상어이빨과 같은 톱날이 달린 대형 톱을 들고 얼음을 뜨던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대개 해동하기 직전인 2월 말경, 여름에 쓰기 위한 저장용으로 저수지의 얼음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내는 작업이었는데 기계 하나 없이 전부 수공으로 이루어지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얼음이 하나 잘려져 나갈 때마다 저수지의 깊은 물이 출렁이면서 아슬아슬, 구경하는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는데 이마저도 이미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지금이야 그런 수고를 할 필요도, 굳이 미리 만들어 보관해 놓을 까닭도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시시하기 짝이 없는 요즘의 겨울은 그깟(?) 얼음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니 말해서 무엇 하랴.

보잘 것 없는 겨울을 덥히는 최고의 화제는 단연코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이다. 어딜 가나, 누구를 만나나 제일 먼저 나오는 이야기로서 관심 폭발인데 특이한 것은 '도대체 왜?'라는 질문에 막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대화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왜 그랬을까? 친박이란 사람들은 왜 저럴까? 청문회 증인들은 왜 잡아뗄까? 최순실은 왜, 왜, 왜? 이런저런 추론을 해보지만 상식에 비추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으로 의문은 끝내 풀리지 않는다. 아니 풀리기는커녕 무슨 미스터리 극을 보는 것처럼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들어가면서 다들 헷갈리기 일쑤, 2016년 겨울 한국의 공화국은 한 마디로 말해서 난장판이나 다름없다.

그러는 사이 우스갯소리로 낄낄거리며 입방아에 올렸던 '병신년' 한 해도 채 열흘이 남지 않았다. 늘 그래왔듯 연초엔 누구나 희망을 가지고 시작하는데 끝이 보이는 이 시점에선 아쉬움만 가득하다. 더구나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며 그렁그렁한 겨울이 더욱 을씨년스럽다. 이럴 때 한 며칠, 살을 에듯 된통 추위라도 몰아친다면 날카로운 이성으로 시들었던 감성을 깨워 새해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한 며칠, 마음 속 때까지 씻길 큰 눈이라도 내려준다면 아직도 몽매한 세상과의 간극을 넘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시답지 않은 병신년 잿빛 겨울은 나와 같이 우울한 눈빛을 가슴에 담은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질기고 질긴 멍에를 남긴 채 저물어 간다.

이 가운데 빛난 것이 촛불이었다. 그것은 우매한 겨울공화국을 깨우는 나침반이었다. 거칠고 메마른 밤하늘을 뚫고 천지를 울리고만 엄청난 함성이었다. 그 감동과 여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짐작컨대 산업화시대로부터 이어져온 구태와 악습, 끼리끼리 나눠온 권력으로 나라를 결딴낸 그들만의 리그가 해체될 때까지 타오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촛불은 이 겨울의 진정한 승자이다. 절망 가운데서 피어난 아름다운 불꽃이다. 잿빛 겨울처럼 흐릿한 세상을 때리는 청아한 죽비소리이다. 저물어 가는 2016 병신년, 거기에 힘입어 내일을 다시 준비한다. 하늘을 덮었던 먹구름이 걷히고 촛불 같은 태양이 내일 또 떠오를 것이기에. 그런 믿음으로 2016 겨울이여,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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