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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1.10 17:59:21
  • 최종수정2016.11.10 17:59:21

김홍성

며칠 사이에 세상이 바뀌었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그토록 견고해 보였던 성이 일거에 무너져 내린 형국이다. 갖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호통과 겁박으로 국면을 호도해 온 그동안의 기세를 생각하면 천지개벽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한 줌도 되지 않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치 간을 보듯 책임회피성 태도로 일관하는 대통령의 비굴한 모습에 국민적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주말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봇물처럼 일어나고 있는 촛불들의 함성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의 한 가운데 본인이 있다는 걸 모르는 '딱 한 사람'이 있으니, 그야말로 '딱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끝 모를 막장 드라마 앞에서 가장 바삐 움직이는 데가 있다면 언론 쪽일 것이다. 뉴스의 폭발력에 걸맞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에 따른 것일 테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보도경쟁이 꼭 반갑지만은 않다. '단독'이라고 이름 붙인 꼭지는 또 왜 그렇게 많은가, 어리둥절하면서도 전개되는 사태의 추이에 귀를 쫑긋하게 되지만 어딘지 씁쓸한 느낌까진 지우지 못한다. 그건 왜일까. 필자의 삐딱한 시각일 수도 있지만 저간에 벌어진 여러 개연성을 놓고 봤을 때 지금의 호들갑이 너무나 생뚱맞기 때문이다. 침묵하거나 동조하거나 혹은 옹호하거나 그게 바로 어제의 일인데 이에 아랑곳없이 황색저널리즘이 판을 치고 있으니 어찌 속이 아니 쓰린가. 물론 제 역할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고자 무진 애를 쓰는 다수의 '진짜 언론'은 차치하고 말이다.

덩달아 바빠진 사람들이 또 있다. 정치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 사달과 관련하여 직간접적 이득을 취해 온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그들이라고 생각한다. 4년 가까운 집권기간 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가장 답답해했던 것이 소통 부재, 즉 도무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사건의 전말을 보니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겠다. 비선 실세가 득세하면서 정권의 공적 기능이 통째로 마비되었다는 것 아닌가. 조언이나 자문을 넘어 국정 전반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정상적인 프로세스가 작동될 여지를 애초부터 막고 있었던 것이다. 하여 분출하는 국민적 요구는 진정 마지막 기회로서 그걸 바로 잡자는 것인데 마이동풍, 누구의 조력을 받고 있는지 아직도 정국은 시계 제로에 휩싸여 있다.

김지하의 '오적'은 산업화 과정에서 태어난 역사적 산물이다. 시 자체로만 본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시대를 막론하고 부패 기득권이 되어 자신의 영화를 꾀하면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무리들은 여전히 '오적' 이상으로 많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워 서로 싸우는 것이야 상대방보다 잘 해보겠다는 애교(·) 쯤으로 봐줄 수 있으나 권력에 기대어 국가 전체를 엉망으로 만드는 일은 매국,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검찰에 대한 불신, 재벌에 대한 반감, 종교에 대한 조롱, 정치에 대한 혐오, 심지어 수저에 대한 한탄까지 우리 사회의 열패감이 왜 이렇게 만연하고 있는지 깊이 반성할 일이다.

리더십은 이럴 때 빛나야 한다. 캄캄하여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버티기 힘들어 쓰러질 수밖에 없을 때, 포기할 것조차 없어 가장 절망스러울 때 등불이 되고 손길이 되고 희망이 되어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지친 이의 동행이 되기는커녕 아픈 이들 가슴을 더욱 찢고 말았으니 이러려고 내가 국민이 되었나, 자괴감에 빠진 수많은 이들 앞에 무슨 수로 죄를 빌 수 있단 말인가. 알량한 권력에 기댄 졸렬한 리더십, 딱한 리더십이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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