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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예인과 장인들 - 한지장 안치용

천연곡물 코팅기법 개발 등 한지 현대화 앞장

  • 웹출고시간2009.07.30 19:50:31
  • 최종수정2014.07.20 13:28:36
예전에는 집을 지을 때 벽을 황토로 만들고, 그 위에 바르는 벽지로 한지(韓紙)를 사용했다.

이처럼 천연재료를 사용하니 통풍, 보온성, 내구성, 살균성 등이 뛰어나서 인체에 유해하지 않았다.

그런데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집과 사무실을 시멘트 벽과 각종 유해물질이 함유된 화학제품으로 벽지와 인테리어를 하면서 어린이들이 아토피 질환을 앓는 등 부작용이 생겨나고 심해지고 있다.

또 한지는 한 장일 경우 아이들의 손가락에 구멍이 날 정도로 약하지만 여러 장을 붙여놓으면 칼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할뿐더러 천 년이 지나도 변하거나 파손되지 않는다.

그래서 근래에는 웰빙 붐과 함께 다시 우리 고유의 종이인 한지로 만든 벽지, 수의,공예품, 옷 등 한지 제품에 많은 관심이 쏠리며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백두대간의 한 줄기에 솟아 있는 조령산 자락에 위치한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 신풍리에 이러한 한지를 3대째 고집스레 만들고 있는 장인이 있다.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7호 한지장으로 지정된 안치용(安致用·51)씨이다.

안씨는 1999년과 2000년에 충북공예대전 한지 부문에서 입상한 데 이어 2004년에는 충북공예품 장려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국제도서전'과 청주 '직지 축제'에 초청받아 한지만들기 시연을 했다.

안씨는 또 지난 2007년에는 충청북도 무형문화제 제17호 한지장으로 지정되었으며 지난 6월에는 금속활자 전수조교인 임인호씨, 배첩장 홍종진씨 등과 함께 독일 마인츠에서 개최된 '2009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축제'에 참가해 한지 제작 과정을 직접 시연할 정도로 한지 분야에서 국·내외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북한을 방문해 한지 제작 기술을 지도하고, 북한에 한지공장을 설립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돌아왔다.

안씨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한지를 '참지'라고 하는 데 김정일 최고권력자가 "고려지(高麗紙)를 복원하라"는 지시를 함에 따라 전통 한지 제작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기후조건 상 닥나무가 많지 않아 지금 한지를 제작하는 데 면같은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들고 있고, 대나무 발 등이 없어 일본에서 수입한 플라스틱 틀로 종이를 뜨고 있어 품질이 좋지 않은 실정이라서 안씨는 닥나무 묘목 100그루를 전달한 데 이어 각종 장비 지원을 정부에 요청해 놓고 있다.

충북 제천 봉양이 고향인 안씨는 28년전인 1981년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이어지는 한지 제조 가업을 3대째 잇기로 결정하면서 누이의 시댁인 현재의 괴산 연풍에 터를 잡았다.

◇ 물 좋은 괴산서 3대째 전통 종이

백두대간 조령산 자락인 괴산군 연풍면은 예부터 물이 좋고 닥나무가 잘 자라 주요한 한지 생산지였다. 이곳에 한지체험장 조령민속공예촌이 있다.

연풍에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보다 "한지는 물을 따라 다닌다"는 말처럼 한지 제작에 매우 중요한 물이 좋기 때문이다.

물이 깨끗하지 못하면 제품의 질을 떨어 뜨리고 수온이 높은 물은 원재료인 닥의 섬유질을 삭게 하여 못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곳 연풍은 조령산에서 겨울에는 적당히 따뜻하고 여름에는 적당히 차갑도록 항상 10~11℃의 수온을 유지하는 용천수가 펑펑 솟아 나온다.

그야 말로 한지에 가장 좋다는 '해동되면서 녹아 내린 얼음물'에 매우 가까운 용천수이며, 천연염색을 해도 색깔이 잘 나올 정도로 좋은 물이다.

또 중부 내륙인 이 지역의 기후가 질 좋고 두꺼운 닥나무를 길러내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괴산인 1980년대까지 만하더라도 닥껍질을 말려 전국의 한지 공장에 납품하는 대표적인 지역일 정도로 양질의 닥나무 조달이 쉽다는 것도 이곳에 안착한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게다가 안씨 누이의 시댁인 사돈댁 역시 3대째 한지를 만들어 온 집안이다.

그래서 지난 2001년에는 양쪽 집안이 합쳐 영농조합법인 '신풍한지마을'을 설립해 한지 생산과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닥나무의 겉껍질 속에서 벗겨 낸 백피를 물에 불리고 씻어서 고운 곤죽으로 만들어 종이 원료로 쓴다.

한지는 손이 백번이나 들어가야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서 백지(百紙)라고 불렸을 정도로 장인의 노력과 정성으로 태어난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로 만든다.

닥나무는 다년생 나무로 1년생 가지를 매년 10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에 베어와 대형 솥에 물을 붙고 그 위에 나무를 얹어 수증기로 6~7시간 찐다.

쪄진 닥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이 흑피를 냇물에 하루 정도 불린 다음 겉껍질을 벗겨내면 비로서 한지의 재료인 백피(백닥)가 된다.

백피를 볕이 좋은 곳에 말린 다음 다시 냇물에 담가 불순물을 제거하고 섬유질을 부드럽게 한다.

이 백피를 30㎝ 크기로 잘라 솥에 천연 잿물과 함께 넣고 2시간 정도 흐물흐물해지도록 삶는다.

이 백피의 잡티를 골라낸 뒤 널따란 닥돌 위에 올려놓고 닥 방망이로 2~4시간 곤죽이 될 때까지 두들긴다.

닥나무 백피로 만든 곤죽과 닥풀, 치자를 섞은 물에서 대나무 발을 이용해 노란색 한지를 얇게 떠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닥죽을 지통에 물과 함께 넣고 대 막대로 200번 정도 저어 준 다음 제거하고 돌 위에 올려놓고 방망이로 곤죽이 될 때까지 두드린다.

이 닥죽에 닥풀뿌리를 으깨어 짜낸 끈적끈적한 닥풀을 섞어 휘저은 뒤 대로 만든 발로 '물질'를 하여 종이를 떠 낸다.

얇게 떠 낸 종이를 넓고 판판한 판에 400~500장씩 쌓은 뒤 무거운 돌을 올려놓아 서서히 물을 빼낸다.

종이에서 수분이 빠지면 다시 한 장 한 장 떼어서 뜨거운 철판 위에 붙여 말린다.

종이가 완성되면 표면이 치밀해 지게 하고, 평활도를 높이고, 광택을 내기 위해 풀칠한 종이를 여러 장씩 겹쳐놓고 다듬이질을 하는 '도침질'을 한다.

이렇게 만든 종이는 예전에 문에 바르거나 붓글씨를 할 때 쓰는 하얀 한지로 자체적으로도 품질이나 효용이 뛰어나다.

기능성 제품 등 12개 특허

안치용씨는 황토, 쑥, 숯 등을 첨가한 기능성 한지는 물론 컴퓨터 프린트용지까지 한지로 개발하는 등 한지 현대화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안씨는 이런 전통한지에 현대인의 취향과 필요성에 맞게 여러 가지 기능성과 색깔, 디자인을 부여하는 한지현대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한지 제작 ISO 9001 품질 인증을 받는데 성공했고, 고급 서예용 한지에서 부터 인테리어 한지, 우리 고유의 염료를 이용한 색한지까지 만들어 냈다.

또 한지수의와 입체문양한지, 한지유골함, 물방울문양한지, 한지수중염색 등 12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특히 한지 분야에서 난제로 꼽히던 복사기 또는 인쇄기 출력용 한지까지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5년 청주시는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에서 예젝 체코 국립도서관장에게 전통 한지에 인쇄한 두루마리형 상장을 수여하기로 하고 여러 곳에 한지 인쇄를 의뢰했으나 한지의 표면이 거칠어 모두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인쇄용 한지 제작을 의뢰받은 안씨는 옛날 탱화 등의 뒷면에 천연풀을 입힌 종이를 부착했던 것에 착안해 천연곡물코팅기법을 개발함으로써 한지 인쇄출력을 성공시킨 것이다.

안씨는 황토 한지도 개발, 시중의 호평을 받고 있다.

아토피를 비롯한 새집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생각해 한지에 황토 성분을 섞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황토 한지로 벽을 도배하면 유해 물질 차단은 물론 황토 성분과 한지의 조화로 옛날의 흙과 나무로 만든 집에서 사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황토 한지를 써서 아토피 질환을 치료한 사례도 있다"며 애정을 보였다.

이제 전통 한지는 천연 염료로 예쁜 색 한지를 만드는가 하면 한복, 수의, 생활공예품 등 각종 제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전통한지를 만드는 곳은 전주, 안동, 원주, 괴산이 대표적이다.

괴산의 한지는 규모나 시설, 생산량면에서 전주, 안동 등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열세이지만, 안씨는 한지 제작에 필요한 천연조건과 전통적 제작 기법, 안씨가 개발한 기능성 한지의 품질 면에서는 "다른 지역 한지가 신풍한지를 따라 올 수 없다"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안씨는 이처럼 우수한 괴산 한지를 국·내외에 알리고, 한지 공예품 등을 전시·보존할 수 있는 한지박물관을 준비하고 있다.

괴산군으로부터 65억원을 지원받아 인근 폐교를 활용해 건립될 한지박물관은 내년에 착공, 2011년에 완공될 예정인 데 안씨는 그 동안 많은 돈을 들여 구입한 한지 관련 고가구와 생활용품 등을 모두 이 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또 안씨는 해마다 5월에 조령민속공예촌 일원에서 한지문화축제를 여는데 올해도 닥풀로 한지·꽃잎지 만들기, 한지로 연필꽂이 만들기, 한지에 황토·소목·치자 염색하기, 한지 인형·부채 만들기, 전통방식으로 한지 책 만들기,한지로 전통 연 만들기, 한지로 탈·솟대 만들기 등 각종 한지 체험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였다.

안씨는 지금 신풍한지에서 한 달에 2만장 정도를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작업 규모가 작지만, "쑥, 황토, 숯, 허브 등 각종 천연재료를 넣은 기능성 한지, 천연 염료를 이용한 색한지. 한지스피커 등 다양한 한지 제품 등을 개발하면 한지의 앞날은 무척 맑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박종천 프리랜서
주소 : 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 422 조령민속공예촌
문의전화 : (043) 833-2878, 011-482-9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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