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낯설 때가 있다. 늦은 밤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가로등 불빛 속 고요한 거리가 가끔 생경하다. 가까운 사람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익숙하고 친근한 관계인데 예전에 보지 못했던 면모를 발견할 때 그렇다. 그 낯섦의 종류는 여러 감정들을 불러오는데 석연치 않은 불편함이 느껴질 때는 지나간 나의 언행을 되감기 해본다. 수면아래 잠자고 있던 나의 감정이나 고민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잘 읽히기도 한다. 더러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내게는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의 마음을 보려하지 않고 내 입장만 고집하다 보면 허물 수 없는 벽이 생기고 다정한 사이도 설면설면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마틴 맥도나 감독의 영화 두 주인공 '파우릭'과 '콜름'의 관계가 그렇다. 아일랜드의 작은 섬마을이 배경인데 아일랜드하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풍광과 독립투쟁. 역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담은 작품이다. 많은 함의들을 지닌 영화지만 두 주인공 파우릭과 콜름의 관계 변화만을 단편적으로 살펴보면 요즘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중년인 파우릭과 노년인 콜룸은 날마다 함께 주점에 가서 술을 마시고 일상에 대한 수다를 나누며 지내던 이웃이
2024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국회에서 적용유예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당초 계획대로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 적용된 50인 이상 사업장은 각자의 방법으로 법 시행을 대비했으나, 이번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정은 다소 달라 보인다. 경기침체로 인해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장의 안전을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기게 된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안전관리의 최종 책임자를 사업주로 규정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안전관리자 또는 근로자의 노력만으로는 사업장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업주는 직접 자신의 사업장에서 위험한 요인이 무엇인지, 사고예방을 위하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을 직접 챙겨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주는 안전을 관리할 직원을 채용하거나, 안전 활동 및 시설개선 등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필자는 이보다 사업주 개인의 관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완
다음 달 4월 10일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정치권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이에 따른 잡음도 무성하다. 공천에서 탈락하자 곧바로 탈당하여 상대방 당에 입당한 사람,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 또 '어디 잘 되나 보자!' 비난하며 어정쩡한 자세로 관망하는 사람. 이런 와중에 공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선언한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박광온 의원은 '원팀'을 강조하며 경선 패배를 겸허히 수용한다 했고, 이재명 당 대표의 정치적 동지로 알려진 김지호씨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당의 승리를 위해 주어진 역할을 다 하겠다'며 공천 탈락에 승복했다. '국민의 힘'에서는 창원의 장명기 예비후보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결선 투표에 나선 배철순 후보를 지지한다 했고, 울산 남 갑甲 이채익 후보 또한 공천심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무소속 출마를 한다 했으나 공천 결과에 승복하겠다 했다. 이 밖에도 각 당에서 여러 명의 탈락자가 승복한다는 선언을 했다. 과거 우리나라 정치를 돌아본다. 1971년 대통령 선거, 신민당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김영삼 후보는 '김대중씨의 승리는 우리들의 승리이자…
의사들이 집단행동 중이다. 정부의 강한 압박에 의사들은 자신의 논리로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를 위한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는 명분으로 파업 중이다. 과거 여러 번 의사와 정부 간 힘겨루기가 되었지만, 환자를 방패로 의사는 늘 이겼다. 그래서 이번 일에도 별로 큰 걱정 없이 이길 것이라는 진단을 하며 의사 파업을 진행 중이다. 전공 수련 의사들이 중심된 파업이어서 사회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전공의는 의사 자격을 획득한 일반의사가 전문의사 자격을 위해 종합병원에서 인턴 1년과 레지던트 4년의 수련을 거쳐야 한다. 수련을 마치고 총 26개 진료과목 중 자격시험에 합격한 의사가 합격한 과목의 전공의가 된다. 1+4년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야 전문의사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규모 수술이 가능한 종합병원, 대학병원에서 전문의사 수련받는다. 파업 동참 전공의, 수련의가 7천~8천 명이나 되는 규모가 의료현장을 이탈했으니 종합병원에서 수술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었다. 이런 점이 의사들이 자신의 요구대로 정부에 압박하는 방법이었고 이미 수술 날짜를 받은 환자는 취소되거나 일정을 뒤로 밀리는 상황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환자가 아프다며…
2023년 11월 전국인구현황이 지난달 통계청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는 5천134만 명입니다. 시도별로 보니 경기도가 1천362만 명으로 제일 많고, 서울이 두 번째로 939만 명입니다. 우리 충북은 159만 명으로 17개 중 11위더군요. 도가운데 우리보다 적은 곳은 강원도인데 153만 명으로 약 6만 명 차이가 납니다. 도의 명칭을 보면 역사적으로 주요 도시 이름에서 따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의 첫 글자를 따온 것입니다. 경기도의 경기는 원래 왕실을 보호하기 위하여 왕궁에서 500리 이내를 일컬었다고 합니다. 도의 이름이 된 주요 도시에 지금의 광역시들이 없습니다. 그것은 광역시는 근대화와 함께 상업과 교통의 중심지로 모두 100년 안에 인구가 집중적으로 늘어나게 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200년 전 조선 정조 13년(1789)에 나온 '호구총서'란 책에 인구가 시군별로 나와있습니다. 서울이 19만 7천 명으로 제일 많고, 두 번째가 충주로 8만7천 명입니다. 충주는 수도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남한강변에 자리잡은 교통요충지라
지금 사는 집은 순전히 나의 설계로 만든 집이다. 지붕은 뾰족하고 거실의 천장은 높아야 하며 창문도 통유리로 아침에 일어나면 바깥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오면 싶었다. 마당에는 나무를 심고 그 밑에서는 야생화들이 계절마다 바투 피어나는 모습도 상상했다. 집 앞쪽으로는 넓고 긴 발코니를 만들고 발코니 밑에는 연못을 파서 비단잉어와 수생식물들이 하늘하늘 노니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또 그렸다. 이 집을 사서 이사를 온 게 큰아이가 돌을 막 지났을 때이니 벌써 35년 전이다. 집은 안채와 바깥채로 마당은 넓은데 휑했다. 안채는 주인집이었고 바깥채는 두개의 방을 세로 놓았다. 그렇게 10년여가 흐른 뒤 우리는 바깥채를 헐어 버렸다. 세를 놓아 수입을 기대 했지만 수입은 고사하고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더 많았다. 집이 허름해서인지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로 세입자로 들어왔다. 그러니 방값은커녕 전기세 수도세도 못내는 처지의 사람들이었다. 바깥채를 헐고 황토로 된 넓은 마당으로 10년을 더 살다 지금의 집을 짓게 되었다. 어린 시절, 변변한 집 한 채 없이 남의 집에 세를 얻어 살았던 우리 집은 이사가 잦을 수밖에 없었다. 품팔이로 끼니를 해결하고…
4·10 총선은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의 대결이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총체적 국정운영 능력과 결과에 대한 중간성적을 평가하는 선거다. 이와 함께 국회 과반 이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을 평가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둘 다 심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들이 어떤 묘수를 둘지 정말 궁금하다. 선거일을 27일 앞둔 시점에 거대 양당은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임명을 끝냈고 선거 열기가 점차 달아오른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 윤재옥 원내대표 네 명을 선임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총리를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임했다. *** 여·야 모두 심판 대상 국민의힘은 국회 다수 의석을 장악한 민주당이 국정에 협조하지 않고 정부의 발목만 잡으니 입법독재의 횡포를 막기 위해 야당을 심판해 달라고 주장한다. "범죄자를 위해 1인 정당으로 타락한 민주당을 심판하여 국회, 민주당, 정치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하지 않고 검찰독재를 휘두르고 있다며 폭정을 멈춰 세우기 위한…
진천군 진천읍에는 백곡에서 흘러오는 백곡천이 진천읍을 가로질러 금강의 지류인 미호강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백곡천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고지도에 보면 진천읍 신정리와 삼덕리의 경계 지역에 흐르는 백곡천을 '우천(牛川)'이라 기록하고 있으며 신정리 지역에는 '소강정(小江亭)'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주민들에게는 '소강징이'라 불리어 왔다. 영동군 황간면의 우천리(牛川里)는 본래 황간군 서면의 지역으로서 '쇠내'라 부르는 개천가에 있어 지금까지도 '쇠내'라 불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천(牛川)'이란 '쇠내'를 한자로 표기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전국의 지명에서도 '쇠내'라는 이름이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우천리,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중봉리,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 전남 보성군 조성면 우천리, 경북 영천시 청통면 우천리, 경남 사천시 사남면 우천리, 경남 창녕군 고암면 우천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진천읍 신정리 지역의 '우천(牛川)'이라는 지명도 예전에 '세금천'이라 불렀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아마도 한자로 표기하기 전에는 '쇠내'라 불렀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옛날 '쇠내'라는 냇가에 정자를 짓고 '쇠내'를 '우천(牛川)'으로,
새벽 3시 현관문을 나섰다. 모두가 잠든 밤 함박눈이 온 세상을 하얀 이불로 덮어주었다. 장독 위에는 시루 속에 쪄 놓은 백설기처럼 소복소복 눈이 쌓였다. 층층이 쌓인 눈을 보니 갑자기 엄마가 돌절구에 빻아 쪄주시던 백설기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페에 도착했다. 재작년부터 큰 딸이 경영하는 카페다.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카페 노상주차장에 쌓인 눈 위에 누워 보았다. 눈 위에 내 모습이 찍혔다. 누가 보면 곰이 놀러 왔다 갔나 싶을 정도로 둥글둥글하다. 넉가래로 치우기에는 눈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남편과 동시에 생각해 낸 것이 눈을 뭉쳐 굴려보자고 했다. 우리는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남편 손에서 태어난 눈덩이는 맏손녀 얼굴만 하고 내 손에서 만들어진 눈덩이는 손자 얼굴만 하다. 눈이 공처럼 모양을 잡아가니 굴릴 때마다 손자 손녀가 쑥쑥 자라나듯 눈덩이가 몸집을 불렸다. 두껍게 입었던 윗옷은 벗어놓고 장갑만 끼고 굴리는데도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등 뒤로 땀이 흘러내렸다. 남편은 허리 높이의 커다란 눈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나 역시 내 허리 높이의 눈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서로 쳐다
요즘 귀차니즘이 됐다. 설거지도 미룬 채 침대 위에서 빈둥거리기 예사다. 심지어 전화 받는 일조차 성가시다. 스마트폰이 수없이 울려도 못들은 체 할 때도 많다. 이럴 때마다 언젠가 신문 기사에서 읽은 내용에 공감이 깊다.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몸이 컨디션이 안 좋으면 온종일 활력이 떨어질 징조란다. 이 현상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게 한단다. 하긴 자신 심신이 편안해야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있다. 요즘 내가 이런 형국에 처한 것은 불면증에 시달려서다. 불면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이 자못 크다. 밤잠을 설치면 손끝하나 까딱하기조차 싫을만큼 무기력 해지잖은가. 더구나 병석에 누운 친정어머니를 봉양 하려니 나도 모르게 심신이 지친다. 그러나 시한부나 다름없는 어머니이기에 마음을 고쳐먹곤 한다. 어제는 입맛 없어 하는 어머니를 위하여 사과, 배, 무, 오이, 당근 등을 얇게 저며 물김치를 담아 드렸다. 식사 시간에 그것을 차려 드리자, 물김치 한 사발을 게 눈 감추듯 한다.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자 왠지 코끝이 찡했다. 그 모습에 문득 어린 날 일이 뇌리를 스친다. 어머니는 비개인 어느 여름 날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를 하염없이 바라보면
민주당의 공천에 대해 '더 더러운 물로 채워 넣는 구정물 공천'이라고 선제공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여 있는 썩은 물 공천, 입틀막 공천'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쯤에서 분을 삭일 이대표가 아니다. 그는 국민의힘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패륜 공천으로 국민을 능멸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공천을 받은 국민의힘 후보들을 지적했다. 사면 공천, 음란 공천, 친일 공천, 돈 봉투 공천, 극우공천, 양평고속도로 게이트 공천 등이 이대표가 열거한 패륜공천의 증거 항목들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패륜공천 발언을 비웃음으로 대응했다.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패륜공천, 부패공천, 음란공천에 해당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이재명 대표 한 사람 밖에 없다'는 비판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여기서 그냥 지나치기 힘든 부분이 야당의 장예찬 전 최고위원에 대한 음란 공천 지적이다. 이대표는 장예찬에 대해 '입에 올리기도 거북한, 국민이 부끄러울 음란 표현을 했다'고 공격했다. 도대체 장예찬은 얼마나 부끄러운 음란표현을 어디서, 왜? 한 것인가. 장예찬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준비하며 영입한 1호 참모로 선거대책본
"집에 손님이 와요?", "아뇨. 어머니 뵈러 가려고요." 자주 가는 채소가게 주인 할머니가 친근하게 묻는다. 오늘도 좀 이른 시간에 내가 자주 가는 전통시장엘 갔다. 어머니를 뵈러 가기 위해 평일에 시간을 냈다.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를 위해 시장 골목을 누비며 한참을 기웃거렸다. 가게마다 물건을 진열하느라 분주하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오래된 사진첩을 뒤지듯 시간을 거슬러 오르기도 하면서 기억을 되살려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먼저 어머니가 맛있게 드시는 인절미와 보리떡을 샀다. 그리고 비지장을 끓여 드릴까 해서 자주 들르는 두부집으로 향했다.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두부집 문이 닫혀 있었다. 비지 대신 무엇을 사야 하나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천천히 발길을 돌려 과일 가게를 지나고 반찬 가게와 만두집을 지나는데 알록달록한 콩을 바구니에 수북하게 담아 놓고, 두부와 장아찌 그리고 띄운 비지를 팔고 있는 작은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난 너무 반가워서 반색을 하며 비지를 집어 들었다. 뭔가 큰일을 해낸 사람처럼 마음이 뿌듯하고 흡족하기까지 했다. 더불어 장바구니도 든든하고 묵직해졌다. 어머니에게 서둘러 갈 생각에 발걸음을…
장재현 감독의 영화 (2024)의 흥행이 심상치 않다. OTT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의 공격적인 시장 확장과 투자로 인해 요즘 극장가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일은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라도 쉽지 않다. 얼마 전 김성수 감독의 영화 (2023)이 천만 관객을 넘어선 게 화제가 된 것도 그런 이유가 크다. 오컬트 장르에 속하는 가 개봉했을 때 이런 흥행을 예상한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른바 돈 많이 들인 대작 액션이나 판타지, 범죄 느와르처럼 대중의 구미를 당기는 장르 외에는 흥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컬트 장르는 과학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 즉 악령이나 영혼 등을 다루기 때문에 그러한 세계관을 좋아하는 일부가 아니고서는 대체로 대중에게 호소하지 못한다. 영화 또한 오컬트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보자면 왜 이 작품이 이토록 대중에게 호소력을 가지게 된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화려하고 신선한 퍼포먼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주연과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내러티브의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마저 대중이 기꺼이 감내하도록 만
작년 5월 무렵 서울은 때아닌 동화 피터팬의 작은 요정 '팅커벨' 소동으로 야단법석이었다. 한강변 산책로에도, 서울 도심 밤하늘 여기저기 출몰한다는 뉴스였다. 잠시 동안 동심을 불러일으켰던 서울의 팅커벨은 길이가 3~5㎝나 되는 제법 큰 하루살이의 일종인 '동양하루살이'라는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동양하루살이'는 2등급수(BOD 기준) 이상의 깨끗한 물에만 산다는 것이다. 한강이 그만큼 깨끗해졌다는 것이다. 서울 시민의 삶에 한강이 있다면 우리 충북 도민 곁에는 '미호강'이 있다. 미호강의 1등급수를 위해 충북도와 해당 시·군은 다양한 수질 개선 정책을 추진 중이며, 우리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추진 중인 정책 효과를 분석하고, 보다 나은 새로운 정책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미호강 수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천의 수질과 수량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작년 3월경에는 환경부와 충북도가 공동으로 미호강의 가장 큰 지류 하천인 무심천에 환경유지용수인 대청댐 물 공급량을 평소보다 2배 정도 증가시켰고, 연구원은 수질검사 결과를 전·후 비교분석하여 수질이 눈에 띄게 개선됨을 증명하였다. 올해도 3월 13일부터 약 한달동안 무심천 환경개선용수를 공급할 예정이고, 효
경로당에 치매선별검사를 하러 가면 "옆집,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서 주간보호센터 다닌대","치매에 걸리면 다 요양원에 가야돼"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점점 더 치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고 있는 반면 치매환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3년 전국 기준 65세 이상 치매환자 유병률이 10.51%이다. 그 중에서도 충청북도는 11.05% 유병률을 나타내고 있다. 10명 중 1명은 치매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매가 있어도 기존에 살던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는 마을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치매가 걸려도 살던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치매안심마을이 있다. 치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은 높이고 돌봄 부담을 경감시켜주며 치매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여 자유롭게 지역사회 내에서 살아 갈 수 있는 마을이다. 현재 청주시 상당구에는 8개 치매안심마을이 지정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남일면 효촌1리, 가덕면 행정리가 우수 치매안심마을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우수 치매안심마을로 지정되려면 충북광역치매센터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치매안심마을 1년 이상 운영, 운영위원회 연 2회 이상 운영, 운영위원회 전원 치매
최근 북한과 일본의 유화적인 외교적 언사가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까? 북한은 작년 10월 기시다 일본 수상의 야스구니신사참배에 대해 "침략과 전쟁으로 다른 나라와 민족을 지배하며 번영하려는 강도적 야망을 추구하는 일본이 가닿게 될 종착점은 완전한 파멸이다"라면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런데 2024년 1월 첫날 일본 노토반도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재빠르게 위로 전문을 기시다 총리에게 보냈다. 화답이나 하듯이 기시다는 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현재의 북일 관계에 대한 현상 변경 의지가 있음을 밝혔다. 또 곧바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기시다수상의 이번 발언이 과거의 속박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조(북)일관계를 전진시키려는 진의로부터 출발한것이라면 긍정적인것으로 평가되지 못한 리유가 없다"면서 진전된 반응을 내놓았다. 물론 김여정은 개인적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일련의 북일의 외교적 행위는 영원한 적과 영원한 동지가 없다는 국제질서의 진리를 새쌈 느끼게 한다. 북일이 왜 이러한 제스처를 보이고 있을까· 양측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닿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기에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다. 북일 앞에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갱과 고흐는 1888년 10월 23일부터 2개월 동안 프랑스 아를지역에서 함께 생활하며 공동 작업을 하게 된다. 고흐의 제안으로 시작된 공동 작업이었다. 고갱은 당시 생활이 어려웠기에 고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노란집' 이라 불리는 아를의 작업실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고 토론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불화가 생기고 결과는 비극으로 끝났다. 두 화가는 서로 다른 강한 개성을 가졌고 끝내 관계의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 본래 고흐는 고갱을 존경했으며 그가 아를에 오기 전 설레는 마음으로 공동 작업을 기다리며 '해바라기' , '화가의 침실' 등 우리에게 익숙한 걸작을 남겼다. 비록 공동 작업의 결말은 좋지 않으나 짧은 기간 동안 서로의 예술세계를 공유할 수 있었고 서구 미술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본래 좋은 취지로 시작했으나 다툼과 비극으로 끝나는 인간관계는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 까닭은 서로 잘못했거나 나빠서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를 뜻한다. 가장 좋은 인간관계는 분쟁이 일어나지 않
"자네, 코페르니쿠스 알고 있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라면 잘 알죠." "그럼, 아리스타르코스는 알고 있나?"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지요. "그 역시 태양중심설을 주창한 사람이네. 하지만 역사는 아리스타르코스가 아니라 코페르니쿠스를 지동설의 발견자로 기록하고 있지." "코페르니쿠스보다 지동설을 늦게 발표했나 보군요."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일세. 아리스타르코스는 기원전 3세기 인물이네." "기원전 3세기에 지동설을 연구했다고요?"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습니다. "그래. 코페르니쿠스 이전에도 천동설에 의문을 품은 과학자들이 존재했지.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어. 천동설의 대부라 할 수 있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은 꽤나 심도 있는 이론이었네. 이론의 완성도만 따진다면 아리스타르코스나 코페르니쿠스도 프톨레마이오스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니까." 노인은 손수건으로 안경알을 닦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천동설이란 바위에 계란을 던졌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이들이 이단아 취급을 받으며 바위에 깨지고 상처받았지. 상처를 받은 게 계란뿐
농산물 안전관리를 이렇게 철저하게 하는지 몰랐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함께 2월 28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이 주최한 '농관원과 함께하는 농산물 안전관리 체험프로그램'에 다녀왔다. 초등학교 자녀와 함께 모인 어머니는 모두 7명. 그래서 모두 14명이 체험에 참가했다. 체험의 목적은 농관원이 농산물 안전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기성세대 소비자와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알려주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오전 10시경 체험장인 청주 내수면에 있는 '청원약수딸기'농장에 도착했다. 우선 딸기 안에 잔류농약을 분석하기 위해 농장 비닐하우스 안에서 딸기 시료를 수거하는 과정을 보았다. 농가에게 시료 정보에 대해 묻는 것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딸기는 한 농장에서 골고루 수거돼 전용 시료봉투에 담고 봉인해 시료수거를 마쳤다. 딸기 따기 체험과 딸기청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분석실에서 안전성분석실 견학과 분석실습을 했다. 이 분석실은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게다가 우수연구실로 인증까지 받았다니 분석에 믿음이 갔다. 분석실에 들어서니 아이를 포함한 체험단 모두에게 실험복과 보호 안경, 보
봄빛이 완연하다. 거실을 정리하면서 석류나무를 내놓았다. 까칠한 줄기가 겨드랑이며 얼굴을 사정없이 할퀸다. 다 좋은데 가시가 말썽이라며 지하실 계단을 오르내린다. 뻐꾸기 소리가 뜸해지면 봄도 얼추 끝난다. 오줌 갈기를 내쏘듯 하는 서슬에 거미줄은 성글어지고 얼마 후 석류꽃이 벙근다. 먹구름이 잔뜩 끼는 장마철, 마당에 나와 보면 석류꽃만 환하다. 나는 또 지체 없이 석류꽃 잎을 모으기 시작한다. 자칫하면 눅눅해지기 때문에 한 장 한 장 펴서 말렸다. 나무말미도 없이 장마철이지만 거풍을 시키면 붉은 노을 빛깔이 여름내 곱다. 선홍색 꽃잎이 엷어질 때는 장마도 끝나고 그때부터 익는다. 어느 날 된 볕을 받아 짝 갈라진 열매에서 그냥은 터질 수 없다는 몸부림을 본다. 터뜨리지 못한 속내라면 꺼멓게 삭았을 텐데 무르익은 속은 눈부시기까지 하다. 가시 때문에 핏물 고운 꽃으로 피고 열매도 탱글탱글해졌다. 뻐꾸기 소리 듣고 핀 꽃이 갈 볕에 지면서 연거푸 물이 든다. 명자나무 가지에 바람이 지나간다. 이따금 꽃샘이 기승을 뿌릴 때는 다보록한 망울이 다 떨어진다. 필 때도 고르지 못한 날씨가 질 때까지 바람이다. 꽃이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늘 아침 봉오
지금 미국의 발전에 있어 가장 강력한 동력을 꼽는다면 그것은 400여 년 전 척박한 땅을 일구어내려는 개척정신을 말할 수 있겠다. 이것을 Frontierism 이라고 말하는데 한곳에 정착하여 만족하지 않고 국경을 계속 확장해 나가는 미국 역사의 특징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척정신만으로는 오늘날 미국의 경쟁력과 동력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끝없는 북미대륙을 이어줄 무언가 있어야만 했는데 이것은 서부로의 행진이 끝없이 이어지던 시대인 1860년대와 70년대에 시도한 철도부설이 원동력이 됐다. 철도로 인해 19세기 말까지 대륙을 횡단하면서 미국의 전역이 주거지로 확보되고 농장을 만들고 광산을 개발하고 큰 도시를 세우면서 기술, 과학, 문화, 사상 등 각 분야에서 교류할 수 있었다. 미 대륙을 이어주는 철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으며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이 될 수 있게끔 물자 운송의 원동력 중 하나가 철도다. 필자가 충북도청에서 운명적인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유치업무를 맡아 불가능하다던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을 오송으로 끌어낸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호남고속철도는 오송역은 거론조차 없이 서울-천안-공주-익산-광주-목포까지 324㎞ 잇는 노선으로 거의…
"어! 나 아줌마 아는데…."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한 아이가 반가운 표정으로 아는 척을 한다. 나도 녀석을 금방 알아봤다. 며칠 전 공명共鳴을 일으키는 화법을 가르쳐 준 꼬마 스승을. 젊은 부부들이 많은 아파트에 살다 보니 어린이들을 제법 많이 만난다. 저출산이 사회적 과제로 회자하는 요즈음, 오가는 길에 아이들을 만나면 봄꽃을 마주할 때처럼 싱그러움을 느낀다.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불평을 쏟아 놓는 아이도, 엄마 곁에서 떼를 쓰는 아이까지도 모두 꽃처럼 예쁘기만 하다. 수필창작 강의가 있는 월요일이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내 차를 기다리는 문우들이 추운 거리에서 오래 서 계시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조바심을 부추긴다. 아침 일찍 서두르는데도 두 분이 기다리실 때가 많다. 출발이 늦은 날은 엘리베이터도 유난히 자주 멈추고,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는 출근 차량의 꼬리는 더욱 길게 느껴진다. 그날은 통화하느라 조금 늦게 집을 나섰다. 승강기가 18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렸지만 타려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집에서 나올 때,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누르고 나온다. 그래서 먼저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사람을 기다릴 때가 종종 있다. 열림 버튼을 누
그림인가…. 글씨인가…. 송계 박영대님의 홍매화 작품이다. 노련하게 붓을 휘둘러 쓴 女자가 화폭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그 품으로 남자를 상징하는 子자가 몸을 기울여 들어오며 검은 꽃가지를 형성했다. 흐르다 멈칫, 흐르다 멈칫, 드리운 가지들이 결국 동체를 이룬다. 피어난다…. 정점에 이른 가지들 사이로 붉은 홍매화 이파리들이 점점이 피어난다. 고매한 미술작품이 감성을 적시며 아련한 기억의 문을 열고 달린다. 홍매꽃 이파리처럼 붉은 핏빛 사랑을 했던 큰언니가 생각난다. 친정집 뒤란 샘가에 홍매 나무가 있었다. 어느 봄날, 서울 언니가 내려왔다. 나는 큰언니를 서울 언니라고 불렀다. 언니는 봄날 내내 안방 뒷문을 열어 놓고 매화나무를 바라보았다. 언니는 말을 안 했다. 돌멩이도 기왓장도 아닌데 왜 말을 안 하냐고 엄마가 큰언니를 흔들었다. 그러다가 "세월보다 좋은 약은 없는 겨…."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가만가만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뿐이 아니었다. 서울서 돈 버는 언니 남편감이 보냈다면서 식구들 선물을 가지고 온 날, 부모님은 좋은 사람 만났다며 기뻐하셨다. 나는 그때 받은 분홍 줄무늬 원피스를 잘 때도 입고 잤다. 그런데 아버
'Inspire Inclusion' - 포용을 고취하라 매년 3월 8일은 UN이 지정한 '세계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우리는 빵과 장미를 원한다"를 외치며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 것에서 유래한다. 이 때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투표권을 의미했다고 한다. 세계 여성의 날 조직위원회(International Women's Day; IWD)는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슬로건을 정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위 슬로건은 바로 2024년 IWD의 슬로건이다. IWD는 모든 여성이 가치 있고 존중받는 환경을 조성하기를 촉구하는 의미라고 한다. 현재 청주청원경찰서는 여성이 존중받는 환경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범죄피해예방 및 피해회복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여성청소년과에서는 성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에게 취약한 범죄들을 예방·검거·사후관리 등 다양한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매일 아침, 한 명의 여성 피해자도 소외되지 않도록 전날 접수된 사건을 전부 검토하고 피해자들과 상담을 통해 재발가능성, 추가피해 여부를 확인, 유관기관에 연계하여 심리·경
방 안의 코끼리란 말이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음을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코끼리가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를 비유하는 표현이다. 즉, 방 안에 코끼리가 있는 평범하지 않거나 혹은 위험한 상황임에도 모두가 코끼리를 못 본 척하며,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먼저 말했다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키거나 구성원으로부터 비난받을 것 같은 불안감이 모두를 나서지 못하게 만든다. 거대한 코끼리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내가 살고 있는 가정, 일하고 있는 일터등 우리 사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있다. 가정에서 행해지는 폭력,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 관례라는 미명하에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각종 부패, 부조리 등이 그것일 것이다. 누군가 용기 내어 거대한 코끼리를 방 밖으로 밀어내려 발버둥 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왜 그러지?", "왜 굳이 문제를 일으키지?"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이다. 그래서 우린 방 안의 코끼리를 밖으로 내보내려다 집이 부서지는 것을 상상하며, 무의식적으로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게 되는 것 같다. 어려우니 우린 코끼리와 같이 살아야 하는걸까? 집이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같이 살수는 있는
[충북일보] "환자 상당수가 신분증을 필수로 지참해야한다는 것을 몰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평일이라 내원 환자가 적어 우려했던 것만큼 큰 불편은 없었지만 주말은 걱정됩니다." 병원·의원 등 의료기관 진료 접수 시 반드시 신분증·의료보험증 등으로 신분 확인을 해야 하는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 시행 첫날인 20일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의 한 의원 간호사 김씨는 "제도 시행을 잘 모르는 분들이 꽤 많았다. 특히 평일 의원을 찾는 환자는 노인층이 많아 변경 사항을 빠르게 알기 어려워 한다"며 "다행히 제도 취지를 설명하면 환자 다수가 납득해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본보가 청주지역 의료 현장을 확인한 결과 눈에 띄는 혼란은 없었다. 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부터 동네 병·의원까지 안내데스크 등 눈에 띄는 곳에 "진료 전 신분증을 꼭 제시해달라"는 내용을 포스터와 안내문 등으로 게시하고 있었고, 개별 병·의원에서 환자들에게 미리 신분증 지참을 당부한 덕분으로 보인다. 다만 만반의 준비에도 시행 첫날인 만큼 잡음이 없진 않았다.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한 내과 원무과 직원은 "신분증을 깜빡 잊은 다수의 환자의 스마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지나간 대경기 불황을 돌아봐도 지금처럼 현장의 일이 없었던 적은 처음입니다." 길어진 고금리 상황과 국제적 원자재 가격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넨싱(PF) 부실 위기 등의 악조건은 충북도내 건설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건설 산업은 국가와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한 기간 산업으로 해당 산업의 장기화되는 침체는 내수시장과 경기 부양을 저해시키는 요소가 된다. 2022년 하반기부터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에는 금융 조달의 어려움과 인건·자재비 인상으로 공사비 상승, 수요 위축 등 건설 경기 위기 요인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한 도내 건설 경기는 올해 건설자재 원가 상승·출하량 감소, 공공·민간 발주 위축, 건설 관련 사업체 폐업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충북 건설 수주는 전년 동분기 대비 63.7% 감소했다. 건설수주 감소세는 최근 5분기 연속 진행 중이다. △2023년 1분기 -38.8% △2분기 -51.5% △3분기 -47.3% △4분기 -27.8% △2024년 1분기 -63.7%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