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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서

괴산군 예산계장·충북대 법무대학원 법학석사

인연은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하지만, 처음 보는 순간 불꽃이 튀는 운명적인 인연도 있다. 괴산군 청천면에 있는 선유동 계곡에는 유학의 태두 퇴계 이황 선생을 첫눈에 반하게 만든 빼어난 산수가 있다.

화양동 상류 4㎞ 정도에 있는 선유동 계곡은 이중환이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화양동과 함께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고 적고 있을 만큼의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선유동 계곡에는 선유구곡이 있다. 퇴계 선생께서 칠송정(현재 송면리)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았다가 산과 물, 바위와 노송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선유동 계곡의 경치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물면서 구곡을 정하고 이름을 지어 새겼다고 전해진다.

퇴계 선생은 1501년(연산군 7년) 지금의 안동시 도산면에서 출생해, 1534년 문과에 급제하였고, 승문원 부정자, 홍문관 수찬 등의 관직에 역임하다가, 1543년에 성균관 사성에 제수되었으나 그 이후에는 벼슬을 사양하고 안동으로 낙향하여 학문을 닦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였다.

사상사적 측면에서는 주자의 성리학을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해동주자로 추앙받았고, 제자 기대승과의 7년 도학논쟁으로 유명한 영남학파의 태두이다.

임진왜란 이후 선생의 문집이 일본으로 전해져 일본유학의 뿌리가 됐고, 지금도 유학의 본고장인 중국은 물론 일본, 타이완, 미국, 독일의 대학교에 퇴계학연구소가 설립되어 있고 매년 퇴계학을 주제로 한 세계적인 학술대회가 열리는 등 유교사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을 것이다. 세상 만물의 이치가 그러함에 하물며 선생 같으신 분임에랴. 자연과 일체됨을 추구하고 자연에서 그 근원을 찾는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선유계곡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강건한 선비의 기개를,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이 정결한 선비의 정신을, 계곡의 둥근 바위들이 넉넉한 선비의 포용심을, 그리고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선생의 '마음은 이(理)와 기(氣)의 결합'이라는 철학적 견해와 상통함으로써 처음 본 순간, 선유동 산하에 반하여 아홉 달 동안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보게 된다.

선유동 초입에 들어서면 계곡 맞은편 아담한 바위에 선유구곡 제1곡 선유동문(仙遊洞門)이 찾는 이를 반긴다. 계곡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서 경천벽(擎天壁), 학소암(鶴巢岩), 연단로(鍊丹爐), 와룡폭(臥龍爆), 난가대(爛柯臺), 기국암(碁局岩), 구암(龜岩), 은선암(隱仙岩)으로 이어지는 구곡의 아름다운 풍광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물소리, 바람 소리를 벗 삼아 숲 속을 거닐다 보면 조화로운 풍광으로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마음 가는 대로 산책을 하다가 잠시 숨을 돌리면, 멈추어 서는 자리마다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해 주는 여유로움을 간직하고 세파에 시달린 심신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선유동은 지금도 찾는 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승지로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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