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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서

괴산군청 예산계장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들이 있다. 원래부터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산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산은 땅이면서 하늘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인간세상과 하늘을 연결하여 주는 성스러운 장소로 인식되어, 종교가 생겨나기 전부터 숭배의 대상이었다. 수도(首都)의 주산(主山)과 네 방위에 있는 명산을 오악(五嶽)으로 정하여 국가의 수호신으로 신성시한 기록이 있고, 산신에게 제를 올리던 산제당(山祭堂)과 같은 장소도 여러 곳에 남아 있으며, 고려 태조는 "나는 삼한의 산천이 도와줌으로써 대업을 이루었다(朕賴三韓山川陰佑以成大業)"고 했고, 조선의 태조도 새 왕조 창업을 위하여 명산을 찾아 기도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에서 우리 조상들에게 산은 운명을 결정해 주는 신령스러운 존재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태초부터 인간은 산의 틈새를 비집고 삶터를 정하고 일터를 만들어 살아왔고, 그래서 산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친근하고 안식을 주는 힐링공간이 된지 오래다. 찾는 이에게는 세상살이로 쌓인 피로를 풀어주고, 몸의 병이 깊어 인간의 의술이 포기한 건강을 되찾아 주기도 하며, 마음의 상처가 깊어 문명세계를 멀리하고자 찾는 사람을 품고 위로해 주기도 한다.

산을 오르는 것은 삶의 행로와 닮아 있다. 한발자국씩 옮겨 디디다 보면 까마득 하기만 했던 산마루가 발아래 놓이게 되고, 그렇게 올라가면 반드시 다시 내려와야 한다. 성급하게 큰 성과를 거두려는 욕망, 오르면 다시 내려서야 하는 이치는 말없는 산이 인간에게 주는 크나 큰 교훈이다.

대한민국 국토 중심에 위치한 괴산(槐山)! 명산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연주(聯珠)처럼 괴산 땅을 수놓고 있는 수 많은 산들, 전국 어디서나 편한 잠을 자고 출발해도 산행을 할 수 있어 사람과 친근한 산들이 무수하다. 산은 낮으면 볼품이 없고 높으면 고되게 마련이지만, 괴산의 산은 높지 않으면서도 골골마다 절경을 빚어 놓아 예로부터 금강산 이남의 제일경이라 일컬어 질만큼 수려하다. 세월이 흐를수록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이다.

요즘도 자주 산을 찾는다. 먼동이 틀 무렵, 계곡물 소리만이 적막을 깨뜨리는 산으로 들어서면 잠이 덜 깬 새들이 놀라는 소리와 함께, 낙엽 속에서 밤을 지새운 새벽안개가 피어오른다. 그 몽환적인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번뇌가 모두 스러진다. 산을 찾는 이유이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걱정도 많아진다. 인간의 욕심으로 뽑히고 뜯기고 잘리어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은 사라져 가고, 그 자리에 문명의 찌꺼기들이 쌓여가는 것이다. 예로부터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하여 산을 좋아하는 사람의 성품은 어질다고 했다. 인(仁)은 선(善)의 근원이요, 행(行)의 기본이라고 한다. 산은 인(仁)을 닮았다. 태곳적부터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내고, 치유해 주는 좋은 일만 하고 있는 산, 그런 산을 찾는 시간만이라도 산의 모습을 닮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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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