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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직장동아리 탐방 - 흥업백화점 서예동호회

한 일(一)자 쓰는 초보지만 마음만은 한석봉
매주 수요일 밤 화선지와 즐거운 만남
"고된 업무 스트레스 정신력으로 극복"

  • 웹출고시간2014.11.06 15:19:53
  • 최종수정2014.12.18 14:34:31

흥업백화점 서예동호회 회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 임장규기자
백화점 일은 참 힘들다. 하루 10시간 넘게 이 사람, 저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 판매사원 특성 상 자리에 앉지도 못한다. 끊임없이 입을 놀려야 하는 것도 그들의 숙명이다. 보통의 정신력으론 버텨내기가 힘들다.

쌓여가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어줘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저녁 8시가 넘어 매장 문을 닫으면 마땅히 즐길거리가 없다. 도리어 집에 가득 쌓인 살림거리가 또 다른 스트레스를 준다.

신은식(50) 회원이 자신이 쓴 붓글씨를 들어보이고 있다.

ⓒ 임장규기자
흥업백화점에서 생활용품을 팔고 있는 박순룡(여·51)씨도 이런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갔다. 이렇게 인생을 사는 게 참 무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장에 놓인 종이에 한문을 써봤다. 마치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했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래, 붓글씨를 한 번 써보자.' 그 길로 백화점 여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정신력으로 극복해보자며 서예 동호회를 만들었다.

"지난해 1월 백화점 지하 식당에서 처음 붓을 잡았어요. 사장님도 직원들의 열의를 크게 반기며 먹과 벼루, 화선지를 사주셨죠. 백화점 안에 처음으로 동호회가 생기다보니 직원들의 반응도 좋았고요."

고작해야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 밤에만 붓을 잡지만 12명 회원들의 열정만큼은 벌써 한석봉을 뛰어넘었다. 정작 글씨는 한 일(一), 길 영(永)자를 쓰면서 말이다. 서예를 시작한지 8개월 됐다는 신은식(여·50)씨는 "아무래도 연습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실력이 느는 게 더디다"며 "못 쓰는 글씨지만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쓰며 내면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곤 한다"고 했다.

회원들이 쓰는 글씨는 행서, 혜서, 예서, 초서 등 8가지 서체(書體). 천자문을 먼저 마스터한 뒤 한글로 넘어간다. 최종 목표는 글씨와 그림이 조합된 '문인화'라고 한다.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언젠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들을 화선지 앞으로 불러 모은다.

박 회장은 "1년 반가량 활동한 제가 천자문 속도가 젤 빠른데 이제 겨우 '잊을 망(忘)'자까지 통과했다"며 "보통 3년은 해야 '풍월'을 읊을 수 있다"고 했다. '서당개' 되는 길이 이리도 멀고 힘들 줄 몰랐다고.

신입회원 김종애(29)씨가 신윤철 강사로부터 붓글씨를 배우고 있다.

ⓒ 임장규기자
회원들은 수요일 밤마다 1시간 반 가량 붓을 잡는데, 먹은 직접 갈지 못하고 먹물을 벼루에 부어 쓴다고 한다. 먹을 직접 갈며 마음도 가다듬고 싶지만 세월아 네월아 먹을 갈다보면 벌써 30분이 훌쩍 지나버린다고 하니 정해진 수강시간이 야속할 따름이다.

"내년 봄쯤 전시회를 할 생각이에요. 아직은 초보니깐 어디 내세우진 못하고 직원 식당 벽에 걸어볼까 하는 거죠. 설마 못썼다고 놀림 받는 건 아니겠죠?(웃음) 뭐 어때요. 못하는 게 안하는 것 보단 낫잖아요? 그래도 우리는 뒤늦게나마 배우는 즐거움을 알았으니깐 그걸로 만족해요."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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