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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종시 건설은 용두사미로 전락하고 말았다. 용머리를 그리려다 뱀 꼬리를 그렸고,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셈이 되었다. 충남 공주 · 연기 일대에 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거창한 밑그림은 위헌 판정을 받으며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로 위상을 바꾸더니 이제는 그 법적지위마저 충북이 원하던 정부직할광역시(특별자치시)가 아닌 특례시로 추진될 모양이다.

그동안 국회에서 표류하던 세종시 특별법은 애물단지 신세를 전전하다 결국 특례시라는 어정쩡한 형태로 추진될 것 같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이 같은 내용을 다루었으니 오늘 4월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는 엊그제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충남북 · 도의회와 공주 시의회, 청원 · 연기군의회 등에 공문을 보내 의견을 수렴키로 했으나 의견수렴은 법적절차로 참고할 뿐, 반대의견이 대두되더라도 법안통과에 반영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특례시라는 용어는 상당히 낯설다. 우리나라에 특별시, 직할시 등은 있고 인구 50만 명을 넘는 도시에 특례규정은 있어도 특례시라는 형태의 도시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특례시가 등장하여 우리를 어리둥절케 만들고 있다. 이처럼 생경스런 용어를 세종시에 적용시킨 것은 기존에 제기되었던 특별시로서의 지위나 규모가 내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례시라는 새로운 개념의 자치단체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지방자치법도 개정해야 하고 도시개발이나 재정문제의 숨통을 틔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보완된 조치에도 불구하고 세종시는 특례시라는 옷을 입으면서 충남도 산하의 일개 기초자치단체에 머무르게 된다. 세종시의 기능이 이렇게 축소되고 있는 판이므로 계획대로 옮아올 정부 주요청사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정치권의 이 같은 발상은 전 정권의 달갑지 않은 유물을 '특례시'라는 꼼수로 처리한 것이 아닐까. 세종시의 건설은 어차피 저질러진 일인데다 이를 백지화하자니 지역균형발전을 염원하는 지역민의 정서에 반하고, 특별시 등의 지위를 부여하자니 어쩐지 싫고...

특례시로의 기능 축소는 지방균형발전을 염원해온 대다수 지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지방균형발전 시책이 제시된 가운데에서도 세종시의 건설은 그런 지방균형발전 시책의 기준점이자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시와 인접한 충북의 실망은 더욱 크고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충북의 발전 로드맵 거의가 세종시 와의 연계성을 고려해왔고 이를 신 성장 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호남고속철이 분기하는 오송역을 세종시의 관문 역으로 삼고, 청주공항을 관문공항으로 육성하며 세종시~청주 간 도로망을 확충하는 등 배후도시로서의 발전을 기대했는데 세종시가 특례시로 남게 된다면 충북의 이런 전략은 대폭 궤도수정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청주~세종시의 밀월관계 설정에서 청주~대전~천안~세종시 연계라는 광역지역발전의 틀을 새로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충북의 건설업체도 맥이 풀릴 것이다. 그동안 세종시 건설에 참여를 겨냥해온 충북의 건설업체도 진출의 꿈이 대부분 남가일몽(南柯一夢)으로 끝났다.

그간 세종시 특별법 국회통과를 두고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 지방정부, 지방의회 등이 나서 통과를 촉구했지만 그 투쟁(?)수위는 기대에 못 미쳤고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과거 호남고속철오송분기역 유치 때처럼 민 · 관의 힘을 집결하지 못했다. 충남 · 북 삼각공조도 신통치 못했다. 시 · 도 단위 행정기관 차원에서는 이 '트라이앵글'체제가 가동되었으나 민간단체 차원에서는 이렇다 할 접근 양상을 보이지 못했다.

이 같은 뜻뜻 미지근한 충청도의 정서 속에 행정복합도시는 그 규모나 위상이 정치 후라이 판에 볶이고 또 쫄아 붙었다. 요리사가 많으면 주물러 팥떡을 만든다더니 이게 그 꼴이다. 지역균형발전의 초석은 화강암에서 자갈돌로 바뀌었다. 그 자갈돌 위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번듯하게 들어설지도 의문이다.

중앙정부의 주요부처가 들어설 세종시가 지방정부 산하의 기초자치단체로 남는다는 것도 모양새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각종 특례규정을 두어 충남도의 관여를 최소화한다지만 결국 충남도의 지도 감독을 받게 되니까 말이다. 부분적으로나마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통제를 받을지도 모르는 해프닝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모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세종시는 예정대로 건설돼야 하고 세종시 특별법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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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