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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서 보는 맛있는 영화 에세이 - '셜록 홈즈'

1891년 영국 재현 볼만…박진감 있는 넘치는 액션

  • 웹출고시간2011.02.06 16:46: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코넌 도일의 셜록홈즈는 모리스 르블랑의 루팡과 더불어 추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명작(名作)이다. 과거 추리소설 '셜록 홈즈'를 읽고 난 우리나라의 수많은 독자들은 탐정을 동경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왜 탐정이란 멋진 직업이 없지·'라는 의문을 품지 않았던 지금의 어른이 있었을까.

이렇게 깊게 각인되어 있는 '셜록 홈즈와 괴도 루팡' 시리즈의 뚜렷한 이미지를 확 뒤집어 버린 사람이 바로 가이 리치 감독과 제작자 조엘 실버다. 그들이 내건 최우선의 목표는 신사이며 멋쟁이인 그리고 머리가 비상한 천재 탐정의 고색창연한 캐릭터를 터프한 싸움꾼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었다.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중절모와 망토를 입고 의자에 앉아 머리만 굴리는 두뇌형 수사탐정의 모습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탐정 홈즈였다.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새로운 무기를 하나씩 장착해가는 007처럼 영화 속의 셜록 홈즈도 이제 시대의 조류에 맞춰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명석한 두뇌에 새롭게 장착한 무기는 바로 종합격투기 '발티츠(Bartitsu)'다. 실제로 종합격투기 '발티츠(Bartitsu)'는 19세기경 일본 유술(柔術)을 바탕으로 에드워드 윌리엄 바튼 라이트가 창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신사들을 위한 무술이었다. 언제나 총명한 머리로 사건을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놀라운 추리의 소유자 홈즈가 몸으로 악당을 때려눕히는 장면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 상상의 재미가 쏠쏠한 영화가 '셜록 홈즈'다.


명탐정 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친구인 왓슨 박사(주드 로)와 함께 비밀 종교의식의 제물로 희생될 위기에 처한 여인을 구한 뒤, 연쇄살인마 블랙우드(마크 스트롱)을 잡아 경찰에 넘긴다. 이 과정에서 이미 셜록 홈즈와 친구 왓슨 박사는 멋진 액션 파트너로 새로운 변신을 예감케 한다. 다섯 여인을 살해한 죄로 교수형을 선고받은 선(善)에 대한 악(惡)의 축, 블랙우드(마크 스트롱)는 홈즈에게 자신은 곧 부활할 것이요, 더불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무시무시한 사건이 발생하리라 예언한다. 죽었다고 믿었던 그가 부활하여 자신의 예언을 하나씩 현실화하면서 런던은 공포에 휩싸인다.

블랙우드의 범죄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홈즈와 왓슨 앞에 새로운 여주인공 아이린 애들러(레이첼 맥애덤스)가 등장한다. 그녀는 영화가 늘 쓰는 방식의 멋진 남자 주인공에 어울리는 예쁜 여주인공의 전형적인 캐릭터. 조금 다른 점은 터프한 홈즈의 이미지에 걸맞게 말괄량이이며 지나치게 영악하다는 것이다. 원작의 탐정과 조수의 관계에서 벗어나 친구라는 평행관계가 된 두 명의 환상 콤비에, 마성의 여인(레이첼 맥아덤즈)이 추가된 3인조는 홈즈 한 사람의 고군분투보다, 훨씬 더 많은 볼거리와 액션장면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그보다 더 볼만한 것은 1891년 영국의 시대적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세트의 광경이다. 그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통과했고, 런던은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요란했던 시절이다. 홈스와 왓슨의 여정 위로 템스 강과 시장통, 도살장, 조선소 등의 풍경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었다. 특히 감독 가이 리치는 마지막 대결의 장소로 템스 강에 놓인 미완성의 다리, 타워브리지(1894년 완공)를 보여줌으로 시공을 초월한 역사적인 한 순간을 함께 공감해보는 영상의 위력을 만끽하게 만들었다. 19세기 말, 영국의 뒷골목의 풍경을 편안한 안방에서 뒹굴 거리며 볼 수 있는 행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 몽환적인 풍경만으로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흔히 머리가 지나치게 비상하면 몸은 유약하고, 몸이 지나치게 좋으면 머리는 별로인 것이 보통이다. 그동안의 영화나 소설속의 '셜록 홈즈'는 대부분 치밀한 두뇌로 문제를 해결함으로 액션신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에 비해 괴도 루팡 이미지는 조금은 예외였다(주먹도 꽤 센 편임). 영화 '셜록 홈즈'에서 액션은 휘황하고, 경쾌하다. 흡사 이연걸의 할리우드 영화처럼 셜록 홈즈의 손과 발은 무협영화의 액션을 그대로 흉내 냈다. 로마의 원형경기장처럼 꾸며진 지하 격투장에서 홈즈는 거인을 마치 장난하듯 때려눕히고, 스파이더맨처럼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나든다.

그러나 추리소설의 감칠맛도 감독은 결코 잊지 않았다. 소매가 반들반들해진 여자를 보고 홈즈는 그녀가 단번에 타이피스트라고 추리해 내고, 왓슨의 약혼녀가 가진 옷과 목걸이 그리고 반지 등을 보고 그녀가 한번 약혼한 적이 있으며, 가정교사로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의 어머니에게 목걸이를 빌렸고, 따뜻한 지방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을 그럴 듯하게 추론해낸다. 왜 그런 추론이 가능한지 홈즈는 자세하게 설명하며 관객의 탄성을 유도한다. 하지만 군데군데 복선을 깔아놓고, 지나치게 산만한 전개로 관객들은 혼란에 빠져들면서 은근히 짜증이 밀려든다. 심지어는 이 영화가 액션이 가미된 허황된 공상영화인지 추리영화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감독은 혼란스런 관객의 의문을 한 순간에 풀어주려고,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 정신없이 플래시백 해설화면을 도입하여 사건의 당위성을 풀어내며 관객의 원성을 위로한다. 물론 그때서야 '아하, 그랬었구나.' 하고 장면마다의 의문점을 해소할 수는 있었지만, 허를 찌르는 반전의 반전을 관객들은(혹여 명민한 관객은 알아내셨겠지만, 전 아님) 도무지 잡아내지 못한다. 사소한 단서에서 비롯되는 사건 해결의 열쇠. '어떻게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났을까·'로부터 해서 마치 정말 마법을 부리는 것 같은 오컬트(초자연적인 현상)와 스펙터클한 추리와 추적은 관객에게 생각의 여지를 줄 사이도 없이 영화는 가파른 내리막으로 질주한다. 그 아찔한 질주와 혼란함속에서 관객은 추리의 퍼즐을 맞추기에 힘겹다. 나중에 남겨둔 비장의 한 수(영화의 궁금증을 풀어주는)가 공개되었지만, 공감은 하되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후일담이지만, 셜록 홈즈의 촬영이 시작되고 최초로 공개된 공식 2장의 스틸 사진이 영화 '셜록 홈즈'의 변신을 이미 예고했었다. 그 한 장은 셔츠를 벗어던지고 근육질의 몸통에 피를 흘리는 싸움꾼의 과격한 이미지였고, 나머지 한 장은 조끼에 재킷, 코트에 중절모를 제대로 갖춰 입은 정형적인 신사의 모습이었다. 감독은 두 장의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의도를 드러낸다. 정장의 홈즈를 가리켜 '이것이 당신이 알고 있는 홈즈'라면 맨몸의 피 흘리는 탐정을 보여주며 '이것이 내가 만든 셜록 홈즈!'라고 역설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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