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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0.30 20:11:5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방(방家)에 대한 우리의 시선

우리에게 이국에 대한 동경의 대상은 유럽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미주국가들이다. 사실 세계화니 국제화라는 용어들도 실상은 서양의 강대국들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보다 상대적으로 낫다고 생각되는 상향문화에 대한 존경과 갈망이 유난히 심한 듯하다. 이렇게 고대로부터 이어진 사대사상 때문일까. 우리나라는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유난히 취약하다.

영화 '방가방가'는 이러한 우리의 사회분위기를 아주 잘 반영하고 있다. 우리보다 특히 경제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멸시와 비하어린 시선이 코믹버전으로 표출되어 있다.
'방가'는 단순히 반갑다는 인터넷용어가 아니라 방가(家)라는 의미, 반갑다의 뜻, 또 부탄 이름으로서의 방가라는 중층적 의미가 들어 있다.
옛 사람들은 자신을 낮추거나 상대를 하대할 때 보통 김가, 이가와 같은 표현을 썼다. 따라서 못생긴 외모, 작은 키, 취업에 번번이 낙방하는 무능한 주인공 방태식은 속절없이 방가로 불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음 줄 수 없다는 그 말

시골이 고향인 태식은 서울에 올라와 사무직 시험에 계속 떨어지고 주차요원, 가게점원 등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구해보지만 어디에서건 실수연발로 퇴출되고 만다. 숙식은 고향 친구 용철의 노래방에서 근근이 해결하고 있다. 친구를 거두어주는 데도 한계를 느낀 용철은 태식을 취업시키기 위한 묘안을 짜내는 데, 그것이 바로 태식을 부탄인 방가로 위장취업시키는 일이다. 태식의 신체적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시킨 것이다. 영화 해운대에서 후줄근한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리 위 컨테이너 피하는 남자로 코믹한 인상을 각인시킨 배우 김인권은, 방가 배역으로 그 이상 가는 인물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김인권의 열연을 보면 장동건이나 현빈같은 얼굴만 있다면 영화계가 얼마나 삭막(?)하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용철은 방가 앞에서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네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부탄 등 동남아시아의 각 나라들을 열거하며 부탄인으로 위장취업할 것을 제의한다. 이때 각 나라 이름을 숨차게 불러대다가 '이름도 모르는 스탄'으로 끝나는 것은 전적으로 용철로 분한 배우 김정태의 애드립이었다고 하는데, 이 호칭에는 무의식적 함의가 숨어 있다고 본다. 이는 한국인들이 그만큼 아시아에 무지하며 서양 열강에 비해 상대적 비하의식이 스며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고유성에 대한 존대의식과 관심보다는 다 그저 비슷비슷한 나라로 치부해 버리는 무관심의 표출이라 할 수도 있겠다.

어머니의 수술비를 위해 고향 친구 용철의 노래방을 저당까지 잡힌 방가는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방가는 부탄인 행세로 어느 의자 공장에 무사히 취업한다. 그곳은 우즈베키스탄, 인도, 베트남 등 동남아의 각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일하고 있는 곳이다. 뒤늦게 들어온데다 손까지 굼뜬 방가는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구박을 받아가며 겨우겨우 일을 익혀 나간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연기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대부분 전문배우들인데, 알반장으로 등장하는 칸은 실제 전국노래자랑에서 외국인으로는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또 마이클 역의 팔비스는 16세에 한국에 들어와 모델을 꿈꾸는 모델지망생이며, 나자루딘은 육상효 감독의 강의를 듣는 대학생이라고 한다.

경기도 의자공장의 현장에서 실제로 작업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영화를 찍었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는 생동감이 넘친다. 실감나는 배우들의 비주얼로 인해, 공장 직원들이 배우들을 실제 직원으로 오인해 업무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하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족구하는 장면에서 한국인 직원으로 나온 인물들은 실제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현장성을 중시한 영화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는 한편 외국인 노래자랑대회 나갈 노래연습을 하고 있다. 모두가 선망하는 베트남 여인 '장미' 때문인지 '장미'라는 노래를 불러보고 있으나 용철의 제안으로 트로트 '찬찬찬'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마음 줄 수 없다는 그 말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그 말
밤새워 흐르는 눈물~

'찬찬찬'노래 가사의 일부이다. 남녀간의 애정을 노래한 트로트 가사가 그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대변하는 것인 양 절절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들은 한국인들의 '마음을 받을 수 없는' 이방인일 뿐이다.

◇밥안개 피어오르는 고향

방가는 불법체류자 단속반원에게 장미를 구해준 뒤-실은 용철과 꾸며낸 상황극이었지만-노동자들과 급격히 가까워지고 장미의 호감도 사게 된다. 어느 일요일 교외지역으로 모두 나들이갔을 때 방가와 장미는 서로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한다. 사실 한국인인 방가도 볼품없는 외모에다 변변한 곳에 취업도 못하고 친구에게서조차 핍박받는 신세로 볼 때는, 이 사회에서 이방인이나 마찬가지이다. 방가가 밥짓는 연기 이야기를 하자 장미는 자기네 베트남에서는 '밥안개'라고 부른다며 나지막한 한숨을 실어 응대한다. '밥안개'는 타향을 떠도는 나그네에게 고향이 뿜어내는 훈김이나 마찬가지다. 떠나온 모든 이들에게 밥 짓는 연기는 바로 어머니의 손길에서 품어내는 그리움의 향수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방가는 노동자들의 밀린 월급을 앞장서 받아내는 데 성공하지만, 용철의 성화에 못이겨 그만 그 돈으로 용철의 빚을 갚게 된다. 둘은 트럭에 이삿짐을 싣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용철은 같이 식당을 열자며 신이 나 있지만 방가는 영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던 차에 용철은 노동자들을 불법체류로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돈을 가로챘으니 용철에게는 그들이 추방당하는 것이 속편했을 터다.

"야 인마! 우리 엄마가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어!"
분기탱천한 방가는 서울로 핸들을 꺾는다. 혼자서 경찰서를 찾아온 방가는 여기저기 취조를 받고 있는 동료들을 만나게 되고 외국인 노래자랑대회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달라고 간절히 호소한다. 구치소에서 울려퍼지는 '찬찬찬'은 애절하게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드디어 경찰의 입회하에 외국인노래자랑대회에 참가한 방가와 그의 친구들, 예정된 곡목과는 다르게 알반장은 향수를 못이겨 고향노래를 부르게 되고 모두는 숙연해진다. 모두의 순서가 끝나고 시상이 진행되는 순간, 관람석에 와 있던 용철의 신호로 친구들은 모두 뿔뿔이 달아난다. 방가는 장미와 그녀의 아들 단풍이가 무사히 도주할 수 있도록 경찰을 육탄으로 저지하며 막아내고, 그녀가 무사히 달아나는 모습을 눈으로 좇는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세계를 꿈꾸다

이 영화 시나리오 초고 제목은 '아세아 브라더스'였다고 한다. 국가간의 경계를 막론하고 모두는 형제이다. 그러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형제애는 생겨나는 것이다.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에 값할 만큼 영화의 내용은 유머스러한 즐거움을 선사하면서도 시사성의 흡입력까지 갖췄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꼭 욕설강의가 필요했나 하는 것은 지나친 코믹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방가못지 않게 어눌한 한국어 연기를 펼친 베트남 여인 장미역의 신인배우 신현빈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신인상을 수상한 이 배우의 행보도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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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