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어떻게 하면 글을 쓸 수 있는지. 관찰하고 사색하세요라고 답한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을 얘기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단지 이 얘기를 서두로 꺼내는 것은, 전시장에서 조선백자항아리를 접하고 한동안 그 주변을 맴돌며 들여다보고, 보고 또 보게 된 당시의 느낌과 그로 인해 사색하게 된 결과물이 이 글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조선시대 도공과 인터뷰 한 것이 아니니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작업하는 과정을 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이 많다. 백자항아리에 대해 어떤 전문서적을 따로 보거나 강의를 들은 적도 없으니 전문적인 글도 될 수 없다. 단지 누군가 만들었을 이 조선 백자 항아리가 좋아 그저 하염없이 보았을 뿐이고, 보다 보니 그것 역시 한 점의 그림으로 비쳐지기에, 주관적으로 느낀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장식성이 배제된 순백의 불룩한 항아리가 왜 그리 시선을 끌었을까. 색감이 주는 고요함 때문일까. 아니면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항아리로서의 조형적인 아름다움 때문일까. 그 어떤 이유이던지, 그것을 들여다보면 무수한 상상력이 날개를 단 것처럼 펼쳐진다는 것이다. 깊은 안개 속에 들어 앉아 있는 느낌이기도
말속에 존재하지 않고 몸의 움직임으로 존재하는 사람. 사람으로 부드럽고 무용인으로 강한 사람. 필요와 불필요 사이에 자신이 있음을 알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양보와 배려의 미덕을 알며 침묵의 필요성을 아는 사람. 세상을 낚는 재미를 아는 사람. 연출가 한승수가 말하는 젊은 춤꾼 신대원(36. 레티나 댄스 시어터 대표)이다. 무용으로 말하자면, 척박하기 이를데 없는 불모지 같은 땅, 청주다. 아니, 불모지라기에는 '싹을 틔우기에 너무나 메마르게 변해버린 땅'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한때, 청주에도 문화예술이 르네상스 시절을 만끽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메마른 땅 청주에서 무용으로 살아 남기위해 몸부림치는 젊은 춤꾼, 신대원이 있다. 그의 꿈을 들어본다. 그가 서울에서 났고 서울에서 무용을 시작했음에도 청주에 둥지를 튼 것은 청주대학교라는 출신학교와의 인연이고 그 인연으로 아내를 만났고 그 인연으로 지역에서도 무용을 해서 밥도 먹고, 꿈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확인 하고 싶어서 였다. 텔레비전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소방차'의 노래와 춤을 보면서 자란 세대다. 그래서 춤이란 것은 자신의 몸에 감정을 실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라
5년 전이다.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민화과정에 입문해 민화작가 윤인수선생을 만나면서부터 민화의 매력에 빠져 들게 되었다. 민화가 모든 그림의 기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화나 수채화 등 정통회화에 비해 좋은 장점들을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정통회화보다 묘사의 세련미나 격조는 뒤떨어질지 모르지만 다양한 유형으로 형성된 민화는 우리의 일반 생활에 상당히 밀착돼 있다. 민화의 내용이나 발상 역시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배어 있으며 자연적이면서도 화려한 원색의 색채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대변할 수 있다. 민화야말로 민족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민족예술인 것이다. 이런 민화의 세계에 빠져 들게 된 것이 그는 삶의 또 다른 행복이었다. 한번 붓을 잡으면 몇 시간씩 몰두 할 수 있어 여러 가지 잡다한 상념들을 쉽게 떨쳐 낼 수 있어 좋았다. 나이 들어감의 쓸쓸함을 새로운 즐거움으로 환원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새로운 즐거움으로 인생의 풍요로움을 위해 뒤늦게 선택해 찾게 된 분야가 민화라는 것이 더 흡족하다. 여성들이 즐겨 하기에 여러 가지 강점들이 있는 게 민화이기 때문이다. 민화란 늘 우리 생활주변에 있어 왔던 것이고 어떤 분야, 어떤
"대상을 찾는 일,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명분을 찾고 그에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가며 합리화시키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럴듯한 설명이 들어간다 해도 그것은 나를 통해서 보여 진 대상일 뿐이지 하고자 하는, 또는 행하고 있는 그 일 자체는 아닐 것이다. 이제 나는 그 나라는 관념적인 개체를 벗어 '자연'(나와 내 주변의 인위적, 혹은 자연적 환경 모두를 포함)의 입장에서 대상의 본질을 보려한다. 그래서 '숨'이라는 범우주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단어를 차용하게 되었다. '열반(Nirvana)' 이란 단어에 의미를 부여한 부처나 '도(道)' 란 단어에 특별한 뜻을 담아 쓴 노자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숨'이라는 단어를 단순한 호흡행위가 아닌, 나를 포함한 이 모든 우주적 환경 자체를 담아 사용하고자 한다." 사진작가 민병길(51)이 작업의 화두를 '숨'으로 삼아 수년간 탐색하고 있는 이유다. 그는 왜 '숨'이었을까. 사진은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찍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을 있는 그대로 옮겨 놓는 일을 사진작가라고 말하기에는 무색하다. 그렇다면 남들이 찍지 않는 사진을 찍어야 하고, 그것은 찍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일이 되어 버렸다. 만들기, 사진을 있
충북 예총 예술 50년이 한편의 연극으로 정리되어 무대에 올려졌다. '충청의 혼, 세상의 꽃이 되어라!'(오영미 등 공동 극작, 이하 '충청의 혼')가 지난 10월 24일 청주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3일 충주문화회관, 7일 영동난계국악당을 순회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충북도내 각 장르 예술인과 관련단체 25개 분야에서 100여명이 참여한 총체극 '충청의 혼'을 총연출한 조병진교수(64.청주대 예술대 학장)를 만나 보았다. "연극인 뿐 아니라 무용, 미술, 국악, 음악 등 충북도내에 형성된 모든 예술장르가 참여하는 총체극을 통해 충북 예술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일이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우선 예산이 부족했고 그로인해 참가자들에게 충분한 예우를 해줄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 연습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모든 출연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타협하며 호흡을 맞춰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어쨌든 이제 막을 내려 아쉬운 점이 많지만 충북의 모든 예술인들이 한 무대에서 예술의 역사 50년을 정리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길. 요즘처럼 길을 걷기에 좋은 계절도 없을 듯하다. 그 길이 흙내 나는 황톳길이거나 단풍의 아름다운 빛깔로 우거진 숲 속 길이거나, 온갖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화음을 이루며 길동무가 돼주는 고갯길이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목적지도 정해놓지 않고, 당도해야할 시간도 정해지지 않은 채 지극히 자유롭게 그런 길을 마냥 걸어볼 수만 있다면.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꾸어보는 꿈이다. 많은 책들을 보면 숱한 문인이나 예술가들이 길을 통해서 문학적 감수성을, 예술적 영감을살 찌워 왔다. 여행을 위해 길을 걷거나 사색을 위해 산책하는 것이나, 그런 길 위에서의 여정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보는지. 그것은 문학이 되고 그림이 되고 음악이 되곤 했던 것이다. 길을 걷는 다는 것은, 단지 그것을 시간의 흐름으로 버려두지 않고 내면에 무엇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그 길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한 것이다. 종종 박물관에 가면 옛 지도를 접한다. 자동차도 없고, 서양처럼 말이 흔해 말과 마차가 커다란 교통수단도 아니었고, 헬리콥터가 있어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없고, 대체 우리의 옛 사람들은 어떻게 지도를 그렸을까. 그것이 늘 궁금하다. 오직 발로
“사회 전반에 걸쳐 시민들의 문화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 상태입니다.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는 것이 이젠 어느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속에서 지역의 예술기관이나 단체, 창작자 개인이 시민을 위해, 시민과 더불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의식에 뒤쳐지게 되고 지역 문화가 낙후되는 것이지요. 현재 청주에서 미술창작스튜디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작가와 시민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작가들은 이곳에서 끝없는 담론을 펼치고 좋은 기획전이 지속적으로 열리고 시민.학생 누구나 미술을 체험하고 느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늘 북적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이곳에 오면 작가들도 신나고 시민들도 신이 나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 전략도 필요합니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학예연구사 김복수씨(34)가 시민의 입장에서 무엇을 기획하고 추진해야 하는 기획자 입장에서 창작스튜디오가 가야할 방향을 요약하는 이야기다. ‘김복수’는 학예연구사 이전에 작업하는 미술창작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생각은 늘 다양하다. 기획자, 작가, 시민....... 이쪽, 저쪽을 넘나들며 다양한 각
창령의 우포늪, 서해의 갯벌, 순천의 갈대밭, 수원의 화성, 경주의 불국사 등. 이제는 자연생태계나 지역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문화유산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관건이 되고 있다. 우리지역에는 무엇이 있고 우리 지역의 정서를 상징할 수 있는 ‘꺼리’는 무엇인가. 그것을 찾아 어떻게 발전시키고 특화시켜야하는가가 과제인 셈이다. 국립청주박물관(관장 민병훈)은 각 지역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지역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도모하고 지역학 연구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충북도내 12개 시군의 자치단체에 대한 특별전을 기획, 추진하고 있다. 2006년 청주시 ‘무심천 사람들’을 시작으로, 2008년 진천군 ‘생거진천’ 특별전이 박물관 내 청명관에서 내달 9일까지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특별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민병훈 관장은 “지역의 고유한 정서가 무엇인지 그것을 찾아 지키고 가꾸는 것만이 미래의 자산”이라며 “지역별로 개최하는 특별전은 각 자치단체가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찾아 부각시키는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체계적인 원천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지역을 선정해 전시하게 될 특별전에는 지역의 지리적인 특징과 자연환경
옛 그림이 신비로운 것은, 다른 색채를 쓰지 않고도, 오직 단지 먹의 농담만으로 산과 들과 사람의 표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분위기 또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경지에 다다르기 까지, 옛 화인들은 그리고 또 그리는 자기 수련이나 사물을 보는 관찰의 힘이나 그것을 두고 보고 생각하는 사색의 힘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림의 깊이를 키워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 하나, 그림의 대상인 산과 들과 꽃과 사람을, 세상의 다양한 풍속을 사랑하지 않고는, 그 대상에 깊이 빠져들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이 그린 여러 산들을 보면 정선은 비행기라도 타고 하늘을 날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마치 산 위 더 높은 곳에서 산 아래를 훤히 내려다 본 것처럼 그 산의 넓이와 깊이와 웅장함이나 하는, 그 특징을 잡아 한 장의 화폭으로 그려낸 정선의 산들은 가히 넘을 수 없는 어떤 경지를 느끼게 한다. 때로는 중심의 뾰족한 산 봉오리를 향해 주변의 작은 봉오리들이 내달리듯 치닫고 있으며, 때로는 하늘의 여신 수십 명이 내려와 치마폭을 흘러내리듯 입고 정렬
문학의 위기는 없다. ...... 위기가 있다면 작가정신의 위기가 있을 뿐이다. 있다면, 생계의 핍박과 혹독한 상업주의의 족쇄아래 위축된 우리 자신의 초상이 있을 뿐이다. 생동하는 기백을 상실한 채, 우리는 영혼 없는 문학기계가 되어 있는 것은 혹 아닌가. 있다면 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열정 없는 시를 쓰고 사상 없는 소설을 쓰며, 난삽과 현학의 평론을 쓰는 우리들의 위기가 있을 뿐이다. ...... 이제 우리는 고통스러운 자기 추궁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그를 통해 우리는 문학 본연의 떳떳함과, 사물과 생명에 대한 믿음을 되찾고, 우주적 질서와의 깊고 섬세한 조화를 회복해야 한다. ...... 눈부신 문학의 위엄과 권능, 벅찬 보람과 사명을 회복하기 위한 장정의 새 기점임을 선언한다. 따라서 이 순간이야말로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개어있는 중심, 창조적 중심이라는 것을, 이 땅의 모든 문학인들의 떨리는 열망을 담아 선언한다. - 한국작가대회 대회 선언문 중에서 - 한국문학의 별들이 충북에 모였다. 이곳에서 한국문학의 위기를 말하고 한국문학인들이 지향해야 할 정신을 선언했다. 그리고 서로 소통하려 노력했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보듬어 안고 따뜻한 정
어린시절 부모님을 졸라 읍내 장터에 따라 나가면, 그곳에서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이것저것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는 맛이 그만이었다. 특별히 신기할 것도 재미있을 것도 없는 시골환경에서는, 아주 가끔 있는 일이지만 장터에 나가 세상 사람들의 여러 가지 세태를 구경하는 것이 무척 즐거운 일이었던 것이다. 장날에나 볼 수 있는 즐거움들에는 뻥튀기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튀밥, 엿장수 아저씨의 흥겨운 가위 장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이나 순대 등이 있다. 그리고 길가에 좌판을 펴 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는 거리의 화가들이 있었다. 고작 몇 가지 물감만을 종지에 덜어놓고 붓인지 무엇인지 모르는 뭉툭한 것으로 이리 저리 몇 번 선을 그으면 나무가 되고 꽃이 되고 새가 되고, 물고기가 되고, 여러 가지 동물이 되곤 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시집올 때 해 왔다는 벽 가리개에 쓰여 있는 글자와 비슷한 여러 가지 글자가 유연한 물결을 이루는 듯하더니 그림처럼 한 장 한 장 그려지기도 했다. 그 글자 위에는 꽃과 나무가 함께 있기도 했고 물고기가 어우러져 있거나, 사랑방에나 있음직한 책과 탁자들이 어울려 종이 위에서 노는 듯했다. 사람들이 그 거리의 화가 주변을 에워
청주의 미술애호가들은 뭔가 새로운 것이 등장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새로움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혼자 하는 개인전이나, 협회차원에서 몇 십 명씩 하는 형식적인 전시나, 사설미술관의 기획전이 아니었다. 작가 스스로 기획하고 작가 스스로 새로움을 갈구하며 작가 스스로의 열정을 드러내고 작가 스스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작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그런 소규모 그룹전의 탄생을 갈망했었던 것이다. 갈증을 해소해줄 단비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6명(박계훈, 신현경, 이미숙, 임은수, 채명숙, 황신실)으로 구성된 미술그룹 ‘Flexible’(회장 채명숙)이 탄생했고 그들이 손수 기획한 전시 ‘I am paper'전이 오는 8일부터 17일까지 청주시 사창동 무심갤러리서 열린단다. 처음 그룹 결성의 필요성을 제시했고 그룹에 맞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작가를 구성하고 그 공통점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한 박계훈(43)과 이들의 실무적인 일을 뒷바라지 하게 될 임은수(43)를 만나보았다. 과연 이들이 꿈꾸는 것이나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이며 이들이 전시장에 펼쳐놓은 작품이나 전시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미리 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룹의 명칭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글이 있다. 아는 사람은 아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설명하려 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그저 대상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며 즐기는 사람은 그 대상을 삶 속에 가져다 놓고 그 속에서 함께한다는 것이다. 옛 그림들을 보면 문득 그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어떤 그림을 처음 보게 되어 그것이 눈에 들어오면 그 그림을 알기위해 자신에게 끊임없이 설명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 설명조차 진부해지면 이번에는 좋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보는 것으로 흡족하다. 다음단계가 그 그림 속에 들어가 그림과 함께 하나가 되어 대상에 묻혀 사는 것이 일상이 된다 하는데, 아직 그런 경지에는 다다르지 못한 것 같다. 그저 보면 좋을 뿐이다. 옛 그림이 더욱 좋은 것은 그림을 통해, 오래전 살았을 그린이의 삶을 엿보게 되고 그린이의 속내나 품성을 더듬어 내 마음대로 해석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 한 미술평론가는 미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 했다. 특히 오래되어 그린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그림이 단지
가을이다. 하늘이 높고 구름이 어여쁘다. 길가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한적한 국도. 보은, 보은의 명물 대추가 가로수길이 돼 운전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앞뒤 오는 차량도 없는데, 한번 차를 세워 저 붉은 대추 맛을 좀 볼까. 그렇지만 가는 길이 바쁘다. 늘 그렇다. 바쁜 덕분에 붉은 대추가 며칠은 더 나무에 달려 그 길을 다시 지나가는 이들을 유혹할 것이다. 그래, 어서 시인에게나 가보자. 그렇게 길을 재촉했다.보은에서 나 보은에서 살고 있는 시인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첫 시집 ‘10년 동안의 빈 의자’를 낼 때나 두 번째 ‘붉은 눈, 동백’, 세 번째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를 냈을 때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로면 관기리. 그곳에 올해 여덟 번째를 맞은 미당문학상 수상시인 송찬호(49)가 있었다. 흙이 있는 어디나 서 있어 가을임을 알리는 대추나무, 은행나무의 살찐 열매들이 먼저 맞는다. 그 곁에 시인이 5년 동안 나무를 깎고 다듬고 흙을 찧고 해서 만든 집이 있다. 아직 백 프로 완성된 것이 아니어서 주인장은 그 집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나 어디 집이 정갈하고 깨끗하게 완성된 것만이 아름다울 수
그대가 지난해에 계복의 ‘만학집’ 과 운경의 ‘대운산방문고’ 두 책을 부쳐주고, 올해 또 하장령이 편찬한 ‘황조경세문편’ 120권을 보내주니, 이는 모두 세상에 흔한 일이 아니다. 천만 리 먼 곳에서 사온 것이고, 여러 해에 걸쳐서 얻은 것이니, 일시에 가능했던 일도 아니었다. 지금 세상은 온통 권세와 이득을 좇는 풍조가 휩쓸고 있다. 그런 풍조 속에서 서책을 구하는 일에 마음을 쓰고 힘들이기를 그같이 하고서도, 그대의 이끗을 보살펴 줄 사람에게 주지 않고, 바다 멀리 초췌하게 시들어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을 마치 세상에서 잇속을 좇듯이 하였구나! -중략- 이제 그대가 나를 대하는 처신을 돌이켜 보자면, 그 전이라고 더 잘한 것 도 없지만, 그 후라고 전만큼 못한 일도 없었다. 그러나 예전의 그대에 대해서는 다로 일컬을 것이 없지만, 그 후에 그대가 보여준 태도는 역시 성인에게서도 일컬음을 받을 만한 것이 아닌가? 성인이 특히 추운 계절의 소나무, 잣나무를 말씀하신 것은 다만 시들지 않는 나무의 굳센 정절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역시 추운 계절이라는 그 시절에 대하여 따로 마음에 느끼신 점이 있었던 것이다. -중략-. 슬프다! 완당노인이 쓰다. 세상에 단
이 지구상에, 어떤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곳이 어딘가에는 있어야만 합니다. 선한 의지와 진지한 열망을 지닌 모든 인간이 세계의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 지고의 진리라는 유일한 권위에만 복종하여 살 수 있는 그런 곳이 어딘가에는 있어야만 합니다. 그곳은 평화와 일치와 조화의 장소로서, 인간의 모든 전투적 본능이 오직 자신의 고통과 불행의 원인을 정복하고, 자신의 나약함과 무지를 이기며, 자신의 한계와 무능을 극복하기 위해서만 쓰이는 곳이며, 진보에 대한 관심과 영혼의 요구가 욕망의 만족과 쾌락의 추구와 물질의 향유보다 우선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영혼과의 교감을 잃지 않은 채 온전히 성장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은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과 지위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가꾸어 새로운 재능을 일구어내기 위한 기회로서 주어질 것입니다. -오로빌 설립자 마더의 ‘꿈’ 중에서 - 이 지구상에 과연 이런 곳이 있을까? 그렇게 시작된 호기심이었다. 이러한 호기심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듯 그 실체를 알려주는 책이 최근 출판됐다. 전 세계로 배포되는 월간소식지 ‘오로빌 투데이’ 기사 중 오로빌 공동체를 이해할 수 있는 내
옛 사람들에게, 일년 중 유일하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날은 정해져 있었다. 헌 옷이라도 새로 고쳐 다시 만들어 새것처럼 고쳐 주던 추석이나 설이다. 사실 요즘처럼 생일이며 크리스마스며, 빼빼로 데이며 무슨 무슨 기념일이 많아져 서로 선물을 주고받은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먹고살기 위해 허리띠를 조여 매던 시절이어서 생일날 고기 몇 개 둥둥 띄운 미역국만 얻어먹을 수 있어도 감지덕지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운이 좋은날 아버지가 장에 나가 황소라도 내다 팔거나 다른 농산물을 좋은 값에 받아 돌아오는 날이면 보따리에 가족들의 선물이 들어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 이처럼 어른들로부터 선물을 받아 볼 수 있는 것이 추석빔과 설빔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집안이라도 이날만큼은 양말 한 켤레라도 마련해 두었다가 자식들에게 신기는 미덕이 있었다. 양말보다 좀 나은 것이 있다면 바로 꽃신이었다. 검정 고무신과 흰 고무신 일색이던 시절에 언젠가부터 화려한 색채의 꽃문양이 들어간 꽃신이 장터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값도 비쌌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꽃신을 어느 해 추석에 선물로 받고 온 동네를 휘 젖고 다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에게 자랑
청주시 가경동 스페이스 몸 미술관에서 오는 27일까지 열리고 있는 ‘얼굴 그리고 기억- 얼굴, 욕망의 파사드’ 기획전(서경덕 기획)을 그렇게 보려한다. 우선 작가구성에서 있어 기획자의 노력이나 안목이 돋보인다. 대략 일년 전부터 기획과 작가구성을 하고 있는 기획자는 오고가다, 혹은 의도적으로 찾아간 전시장에서 기획내용과 잘 맞는 작가를 직접 선택하고 여러 차례 작업실을 방문하며 기획 내용을 다듬어 간다. 그 대상이 전국이라는 것, 역시 평상시 많이 보며 발품을 판다는 것에 예의를 갖추고 싶은 부분이다. 부산에서 오순환, 서울에서 이사라, 대전에서 홍상식, 충주에서 석창원, 청주에서 임성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옛 석인’이라는 이가 있다. 여기서 조선시대의 ‘옛 석인’을 먼저 본다면, 이는 옛 사람들이 마을 어귀나 묘 입구에 세워 놓은 동자석과 문인석을 말한다. 이 ‘옛 석인’이 미술관 전시장에서 현대 미술가들이 얼굴을 테마로 작업한 작품들과 함께 얼굴과 기억, 욕망의 파사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문인석이 순장풍속에서 시작된 것으로 주로 왕릉 앞에서 죽은 왕을 수호하고 영혼을 시중드는 역할을 하며 관복을 입은 채 정중하게 서 있는 형상이라면 동자석은 그
“언젠가는 개발되어 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설 땅입니다. 변하기 전의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이들이 발굴현장에 있는 고고학자들인 것 같습니다. 흙을 다룰 때는 간난아이 다루듯 조심스럽습니다. 몇날며칠을 파도 아무것도 안 나올 때가 많지만 어쩌다 손끝에 무엇이 만져지면, 그 희열이란 말할 수 없습니다. 땅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것이 세상에 처음으로 빛을 보게 되는 순간, 그것을 처음으로 만지고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색다른 느낌입니다. 발굴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특권이기도 하고 고고학의 매력이지요.”한봉규 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49)이 고고학을 공부하면서 고분에 빠져든 이유다. 대학시절 단양적성비를 탁본해 보았을 때의 경이로운 느낌이나 발굴현장에서 귀중한 유물을 발견했을 때의 설레임은 자연스럽게 박물관 학예사로 발을 들여놓도록 이끌었다. 학창시절 익산 미륵사지나 경주 황룡사지 발굴조사를 비롯, 그는 경주 용강동고분, 천안 청당동고분, 창원 다호리고분, 홍천 물걸리 사지 발굴 등에 참여한바 있다. 특히 경주 용강동고분에서는 처음으로 토용(흙으로 만든 인형)과 청동 12지 신상을 발굴해 우리 문화재 유물발굴사상 획기적인 성과가 되어 잊지 못할 지역으로 남
최근 뉴스를 보면 ‘불교(佛敎)’가 이슈다. 불교하면 주로 산 속에 절이 있어 마치 은둔자들의 종교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사를 살펴본다면 불교가 민중들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쳐 왔는지 현대의 생활 곳곳에 스며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뒤 늦게 들어온 서양종교의 그 파급효과 역시 엄청나지만,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정신에 녹아 있는 그 정서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일인 듯 하다. 어쨌든 그 뉴스를 접하며, 종교를 떠나 우리 민족에 면면히 흐르는 문화적인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공덕이 덜 쌓인 이가 나라의 수장자리에 있음의 모순을 절감할 뿐이다. 불교미술하면 역시 불교문화가 가장 왕성했던 고려다. 고구려의 고분벽화가 있고 조선시대의 일반 회화가 있다면, 고려는 단연 불교회화로 대변된다. 고려시대의 일반회화는 거의 전해지는 것이 드물고 청자. 나전, 금속활자 등 조형예술이 현존하여 당대의 우수한 조형예술의 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 전쟁 등의 이유로 소실된 것도 있겠지만 고려라는 나라 자체가 불교를 장려하던 나라여서 불상, 탑, 회화 등 불교와 관련된 많은 미술이 만들어졌고 그나마 오늘날 우리가 불교미술을 얘
첫 시집을 냈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서울의 문화부 기자들이 바빠지겠다 했지요. 지방에 있는 제게 취재를 오려면 말입니다. 두 번째 시집을 같은 출판사에서 냈습니다. 첫 시집의 재고품을 택배로 보내왔습니다. 이 삼백 권은 족히 되는 분량이었습니다. 아, 나는 몽상가였던 가요. 꿈이 무너지는 현실을 보았습니다. 차라리 보내오지 말고 불태워 버렸으면 그 꿈이 깨지지 않았겠지요. 첫 시집을 낸 시인들의 심정은 대략 이럴 것이다. 공감을 한다. 이날, 지난 29일 흥덕문화의 집 충북작가회의 정기 문학세미나에 참석해 자신의 시집 “치워라, 꽃!”(실천문학사)의 발제와 토론이 끝난 자리에서 이안 시인(41.충북작가회의 회원)은 이런 고백을 했다. 그럼에도 시인들은 시를 쓴다. 이안 시인의 시 ‘출판기념회’에서 ‘죽도 밥도 찬거리도 되잖는 것’이 시일지언정 시를 쓴다. 그러기에 마련된 작품토론회다. 평론가 정준영은 이안의 시집 “치워라, 꽃!”의 전체적인 맥락을 “반성적 삶으로서의 절제미”라며 “삶의 현실적 내부를 비판하는 정신에 기반한다”고 전제한다. 그는 ‘치워라’ 하는 이안의 목소리는 우리의 현실적 삶을 외면하거나 삶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분배의 공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잔잔하게 밀려오는 감흥을 감당해 내기 힘든 대표적인 분야가 공예다. 공예는 태초에 만들어진 물질에 작가의 혼과 육체적 수고를 더해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으로 완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살이 과정에서 사용하고 감상하며 즐김으로서 세월의 흔적을 쌓아가게 되고 그 멋을 더해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예는 그 형태가 완전히 파손되어 존재조차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만들어지는 진행형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공예만이 갖고 있는 ‘향(香)’이다. 그 향을 공예가나 소비자가 함께 만들고 영위하는 것이다.” 충북에서 이 남자만큼 공예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과한 표현도 아니고 아부는 더더욱 아니다. 많은 관객들이 이 남자로부터 공예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고, 이 남자로 인해 공예를 다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청주시 한국공예관의 안승현 큐레이터(41. 청주시 흥덕구 흥덕로)다. 공예관 큐레이터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이 사람. 죽을 때 까지 하고 싶은 일이란다. 오는 26일부터 9월 13일까지 충북공예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기획전이 열린다. 이름하여 ‘충북의 공예- 열정에 호흡
예술이라는 것이 일상생활을 떠나서 존재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된다. 특히 직접 손으로 무엇을 만들어내야 했던 옛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 했을 것이다. 집을 짓는 일이나, 옷감을 짜고 옷을 만들고 농기구를 만들고 그릇을 만드는 일이 그러했다. 사랑방에 앉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나, 안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수를 놓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듯 옛 사람들 개개인의 삶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것 자체가 예술 활동이었던 것이다. 목수가 집을 짓다 좀더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설계도면이나 문짝의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일이나, 대장간에서 무쇠화로를 만들다 좀더 쓸모 있고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장식을 달고 화로 바깥 면에 그림을 새겨 넣는 일이나, 도공이 질화로를 만들다 변화를 주고 싶어 디자인을 다르게 하거나 음각을 넣어 문양을 새겨 보는 일들이 그렇다. 그래서 손으로 만든 모든 것이 기계로 찍어내듯 똑같은 것이 나올 수 없는 것이고 세상에 단 하나가 되어 옛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많은 공예품들을 오늘날 애지중지 아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잘 짜여진 유리 상자 안에 보물처럼 전시돼 있는 많은 공예품들을 본다. 누군가
“2년 전 충북민예총에 의해 기획안이 꾸려져 타시도의 경쟁을 제치고 올해 청주에서 유치하게 된 문화의 달 행사는 도내 전 문화예술단체와 개인은 물론, 시민 동아리 등 모든 사람이 서로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상생의 문화예술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소통-문화의 길 열다’를 주제로 개최될 올해 문화의 달 행사 목적은 교육문화체험제공을 통한 시민문화 향유권을 증대하고 생활 속에 예술문화를 활성화 시킨다는데 있다. 또 예술인과 예술단체, 시민, 혹은 세대간의 만남을 통해 실질적인 문화예술 교류의 터전을 마련하여 시민 대화합은 물론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할 계획이며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발굴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의 달 공식 행사 외에 중심행사로 일제 강점기시절 사라진 '청주 줄다리기'를 78년 만에 복원,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주제인 ‘소통’을 실현하는 축제의 장을 연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말 청주 줄다리기 재현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진행한바 있다. 현재 충주 목계줄다리기 제작팀에 의해 제작되고 있는 청주 줄다리기는 암줄과 숫줄, 쌍줄이 될 것이며 길이가 100칸으로 굵기는 두 준(술통굵기)이상, 중량은 각각 수 천관이 될 것이며 줄을 제작하는 기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집 앞에 포도밭이 있었다. 날이 가물어 포도밭에 물을 대야 한다고 밤에 아버지가 우물물을 퍼 올리고 있었다. 두레박 우물을 시멘트로 덮고 펌프를 달아 놓았던 터라 펌프질하는 일이었다. 아버지 하는 일이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아버지 일을 돕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키가 작아 펌프질이 힘들어지자 시멘트로 덮은 우물 위로 올라가 위에서 아래로 펌프질을 하겠다고 잔꾀를 부렸다. 얼마 되지 않아 우물위에서 고꾸라져 우물바닥 모서리에 머리를 찧었다. 그 밤에 아버지 자전거에 매달려 면단위 의원에 갔고 의원이 들고 있는 바늘을 보자 아프다고 포악을 썼다. 결국 생으로 몇 바늘을 꿰맸다. 이튿날, 이마에 몇 바늘 꿰맨 것은 엄살이 되어 학교를 가지 않는 구실이 되었다. 생전 못해본 것처럼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며 응석을 어찌나 부려 댔던지. 밤새 못준 포도밭의 물을 대는 아버지 곁을 졸졸 따라다니던 그날 포도밭 이랑에서 내 평생 얻은 게 하나 있었다. “여자도 꿈이 있어야 한다. 이담에 커서 직장생활을 하면 더 좋지.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자 기자 정도면 좋겠다.” 나는 지금도, 아버지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나운서가 아니고 여자 기자라고 말해 준 것
[충북일보] 주말 동안 충북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도내 하상도로가 통제되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청주기상지청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시간당 20~3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시간당 30㎜의 비부터는 보통 '폭우'라고 부르는 수준으로 밭이나 하수구가 넘치기 시작하고, 홍수나 침수 같은 비 피해 위험이 매우 높아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단계다. 충북도 등에 따르면 7일 오후 2시 30분 기준 도내에는 평균 62.1㎜의 비가 쏟아졌다. 지역별로는 △증평 121.5㎜ △괴산 116.5㎜ △청주 87㎜ △진천 52㎜ △단양 49㎜ △보은 45.3㎜ △충주 45㎜ △제천 41.7㎜ △영동 7㎜ △음성 4㎜다. 폭우로 인해 도내 하상도로와 둔치주차장은 일부 통제된 상태다. 현재 도는 청주시 무심천 하상도로, 미암교 하상도로, 충주시 달천 하상도로를 통제 중이다. 하상도로에 설치된 둔치주차장은 전체 27곳 중 15곳이 통제된 상황이다. 폭우 여파로 도내 각종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도에 접수된 풍수해 신고 건수는 총 20건이다. 피해 유형은 △수목전도 12건 △배수불량 4건 △낙석 1건 △기타 3건으로 집계됐다.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도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특화단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산·학·연·관 생태계를 공고히 구축하고, 기업 지원과 기술 개발로 이 분야를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7일 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 상반기 공모를 통해 지정할 예정인 수소특화단지를 충주시에 유치할 계획이다. 도는 일찌감치 충주를 신청지로 낙점했다. 이 지역의 수소 인프라를 고려할 때 수소특화단지를 유치하면 관련 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충주는 수소 분야 기업 26곳이 둥지를 트고 있다. 국내 유일의 차량용 연료전지 생산 거점인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주요 부품업체들이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다. 청정수소 생산과 저장, 유통, 충전, 활용 등 전주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데다 그린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 받았다. 바이오가스에 기반한 그린수소는 전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하루 2.5t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도와 충주시는 유치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현재 수소특화단지 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예정이며 용역 과정에서 도출된 경
[충북일보] "단양을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으로 만들겠습니다." 이는 김문근 군수가 지난 6월경 인구 관련 포럼 발표에서 군민들과 약속한 일성이다. 김 군수가 민선8기 38대 단양군수로 임기를 시작한 지 취임 2년을 맞았다. 김 군수는 "지난 2년 동안 건강한 단양 살고 싶은 단양을 만들기 위해 주마가편의 자세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단양의 관광 패러다임을 혁신하고 내륙관광 1번지 단양을 향해 한 단게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루섬 권역 종합관광지 개발과 리조트 조성 등 민간 투자 사업으로 체험형 관광지로서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 공모 사업에 전국 1호 사업으로 단양역 복합 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선정된 만큼 사업을 꼼꼼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민선 8기 단양호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젖 먹던 힘까지 내 '건강한 단양 살고 싶은 단양'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 주요 군정 성과는 "적은 인구를 지녔지만 단양군은 지난 2년 동안 대도시에 견줄만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