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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형 사막을 건너다' ⑤ 의료사각 극복기

**충북형 식품·의료 사막을 현명하게 건너는 방법**
5. 국내 선진사례: 충남 서산의료원 '유인도서 원격 건강관리 모형'
물로 둘러싸인 섬 지역 의료접근성 열악
섬·육지 의료 격차 해소 위해 사업 추진
AI 돌봄전화·건강 상담·방문 진료 등
원격 협진 통해 상태 파악·복약 지도

  • 웹출고시간2024.09.19 15:42:16
  • 최종수정2024.09.19 15:42:16

김영완 충남 서산의료원장.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충남 지역에는 280여 개의 섬이 있다. 그 중 유인도는 33곳이다. 이곳들은 지리적인 특성상 의료 접근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섬 주민들은 도시지역 주민들보다 병원 방문에 들여야 하는 물리적인 시간과 거리가 더욱 많고 멀기에 건강 상태를 적시에 점검하기 힘들다.

충남 서산의료원은 충남 서부지역 섬 주민들의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충남 유인도서 원격 건강관리모형 개발사업', '의료취약지 원격협진사업', '찾아가는 의료지원' 등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완 서산의료원장은 "지역이나 계층, 분야를 막론하고 전 국민이 똑같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라면서 "전국의 공공의료원들은 각 기관마다 의료비 지원사업, 지역보건교육사업 등 소외계층이나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서산의료원은 섬이 많은 지역 특성에 맞춘 사업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연륙교 등으로 육지와 이어져 있지 않은, 사방이 물이어서 외부 출입이 쉽지 않은 일명 '섬 다운 섬', '개발 대상 도서'라 불리는 섬들을 직접 방문해보고 이러한 사업의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충남 서산의료원 로비 전경.

ⓒ 성지연기자
그는 "연륙교로 이어진 섬들은 깜깜한 밤이라거나 기상이 나쁜 날에도 차를 타고 병원에 갈 수 있다"며 "바다에 고립된 섬들은 응급 상황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의료접근성이 열악하기 때문에 만성질환을 포함해 제대로 된 건강관리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남 서부지역에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 다운 섬'이 22개가 있는데 이 중 19개 섬을 직접 가 봤다"며 "한 섬의 마을회관에 갔을 때 구비된 자동심장충격기(AED)에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고 다룰 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비싼 구급함도 있었지만 오래돼 그 안에 든 약은 사용할 수 없었다"고 예를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섬과 육지의 의료 격차 해소, 섬 주민들의 건강권 보장과 지역 소멸 예방을 위해 고심하다 지난 202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충남 유인도서 원격 건강관리 모형 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은 서산의료원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팀(공공의료본부)이 유인도서를 방문해 '찾아가는 의료지원'을 실시한 후에, 건강 고위험군을 발굴해 '의료취약지 원격협진사업',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 AI 돌봄전화' 등을 통해 유인도서 주민의 건강관리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3년 전국 최초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서산·태안·당진·보령 소재의 19개 섬 318명 지역주민에게 7천526건의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을 감동케 한 사례도 있었다. 평소 해당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매번 섬을 방문해 지역주민을 진료하는 김 원장의 이야기다.

지난 2023년 8월 서산시 지곡면 우도 의료봉사 중에 급성 충수염이 의심되는 응급환자를 즉시 서산의료원으로 이송해 긴급 수술을 진행했고, 자칫 복막염으로 진행돼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위기상황을 극복했다.

서산의료원이 유인도서 원격 건강관리 모형 개발사업과 함께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업에는 '의료취약지 원격협진 사업'도 있다.

임정선 공공의료팀 간호사는 "서산·태안·당진 3개 지역을 대상으로 원격협진을 진행하고 있다"며 "간호사 등 의료진이 화상 진료가 가능한 장비를 갖추고 섬·오지 등 의료자원과 교통편이 부족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찾아 본원의 의사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격협진은 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에 많이 쓰이고 있는데 서산의료원의 경우 이응준 신경과장이 참여해 뇌졸중, 뇌출혈, 뇌경색,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과 질환도 관리하고 있다"며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자택에 방문해 환자 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화상으로 본원의 의사와 연결해 진료를 본다. 그 뒤 처방약을 지참해 다시 한번 환자 자택에 방문해 복약지도와 건강상담을 진행한다"고 부연했다.

서산의료원은 원격 화상협진 운영 노력을 인정받아 '2023년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 성과공유대회'에서 ICT기반 의료정책 유공으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영완 원장은 이러한 공공의료보건사업 성과의 바탕에는 모든 임직원들의 노고와 사명감이 녹아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의료원 직원 헌장은 직원들이 직접 만들었는데 모든 문항이 '우리는'으로 시작한다"며 "원장 혼자 경영하고 살림하는 게 아니라 전체가 같이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움직인다는 뜻이고 이것이 서산의료원의 동력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원들과 함께 충남 서북부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서 앞으로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도서지역 주민을 비롯한 충남도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임선희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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