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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기엔 아직 어린걸요"

가출청소년 보금자리 '충북도참사랑쉼터'

  • 웹출고시간2009.01.18 20:40: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충북도참사랑쉼터 학생들이 지도선생님과 책을 읽은 소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임장규 기자
김서진(가명·19)양은 어린시절부터 맞고 자랐다. 공사판 일을 했던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아이들을 때렸다. 맞는 것이 싫었다.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 일률적인 교과과정이 싫었던 까닭이다.

학교와 집, 모두가 싫었던 김 양은 17살 때 무작정 집을 나왔다. 친구 집에서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 양은 기차역 등지를 돌며 노숙했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지내던 어느 날, 김 양은 인터넷을 통해 가출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1388' 전화를 알게 됐다. 김 양의 고통을 전해들은 충북도청소년상담지원센터 관계자는 충북도참사랑청소년상담원(원장 천문자)에 도움을 요청했다. 김 양의 사정을 듣게 된 천문자 원장은 보호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곧바로 쉼터 입소를 결정했다.

이곳 쉼터에는 김 양과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 12명이 지낸다. 그러나 한 해 충북도내에서 발생하는 가출청소년 수는 200~300명. 이들을 모두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설환경이다. 그나마 청주시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곳은 바자회 등을 열어 부족한 운영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천 원장은 "쉼터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와 어른들로부터 큰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라며 "이들의 상처는 어른들이 치료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신상담, 봉사활동, 한지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고 웃음도 되찾아 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임장규 기자
가장 효과를 보는 것은 부모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공예품 만들기, 그림 그리기 등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천 원장이 2007년부터 도입한 이 프로그램 덕분에 부모들의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가출청소년들은 집에 돌아가더라도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천 원장의 소신이 맞아 떨어졌다.

김 양에게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김 양은 어느 때부턴가 아버지와 만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무뚝뚝했던 아버지도 조금씩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김 양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3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제 김 양은 잃어버렸던 웃음과 꿈을 되찾았다. 그렇게 하기 싫었던 공부도 열심히 해 대학에 합격했다. 남자친구도 생겼다. 남자친구를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한 살 많은 오빠"라며 수줍게 웃는다.

김 양은 "대학 가서 친구들도 사귀고 꿈도 펼쳐보고 싶다"며 "앞으로 나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겠다"고 새해소망을 밝혔다.

이곳의 아이들 대부분은 다가오는 설날에 집에 다녀온다고 한다. 김 양도 부모님에게 세배 드리고 떡국도 먹고 올 계획이다.

"아직은 부모님과 지내는 것이 힘들고 공부하는 것도 어렵지만 자꾸 노력할 꺼에요" 김 양은 자신의 인생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매서운 동장군도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가출청소년들을 어른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줘야 하지 않을까. 김양의 미소 뒤에 감춰진 눈물 앞에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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