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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소풍길 - 진천공예마을

공예가 33인이 말하고 보여주는 '쓰임의 아름다움'

  • 웹출고시간2011.06.09 18:48:5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공예는 아름다운 쓰임이다. 다시 말해 아름다운 쓰임이 아닌 것은 공예가 아니다. 신이 인간에게 생기를 불어넣었듯, 공예가는 어떤 대상에게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 아름다운 쓰임의 편리가 미적 영역으로까지 확장됐을 때 공예품은 저마다 개성을 갖게 될 것이고 예술과 실용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공예에 디자인을 가미시키고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예와 대중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공예가의 운명이라고 한다면 디자인에 대한 작가의 영감은 대중을 행복하게 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윌리엄 모리스는 진정한 의미의 디자인은 그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감성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으며, 바우하우스는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기능주의를 강조했다. 코코 샤넬은 기능의 틀 안에서 기능을 넘어선 과감한 디자인을 펼쳐보였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생명력으로 아티젠Arty Generation이라는 신조어가 나온 것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유명 디자이너의 예술적 감각이 담겨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세대를 일컫는 아티젠은 생활품이 곧 예술품이라는 믿음이 있다. 쓰임이 디자인을 낳고 디자인을 쓰임을 통해 생활미학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물레방아 도는 풍경은 번잡한 일상, 쫓고 쫓기는 삶의 연속인 세상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추억을, 사랑을 간직하게 한다.

청주시내에서 불과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진천공예마을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공예의 모든 장르가 집결돼 있는 곳이다. 진천군 문백면 옥성리 깊은 산속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사람은 모두 33명. 장작가마로 도자기를 굽는 김장의, 천연염색가 연방희, 목공예가 박웅기, 금속공예가 정차연, 칠보작가 선영순, 서양화가 손부남 등이 공예와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바람처럼 햇살처럼 불꽃처럼 살아가고 있다.

근대 건축의 4대 거장이 있다. 알바 알토(핀란드), 발터 그로피우스(독일), 르코르뷔지에(스위스), 미스반데로에(독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능이든 형태든 모든 것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그곳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사실이다. 삶 자체도 하나의 형태이자 생명이며 예술이자 기능이기 때문에 이들이 만들어 낸 창조적 결과물들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오래된 미래인 것이다. 진천공예마을의 33가구의 건축양식은 획일적이지 않다. 각각의 생각과 철학을 건축이라는 양식에 담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각양각색의 건물을 투어하는 재미도 색다르다. 서로 다른 차이 속에서 느껴지는 예술의 영혼은 뜨겁고 가슴 벅차며 신비롭다.

흙과 나무와 바람과 장인의 혼이 함께 불꽃튀는 사랑을 하는 곳, 장작가마.

목우당공방의 박종덕 작가는 소목장이다. 나무의 숨결을 살려내는 일, 그곳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희망을 심어주는 일을 한다. 나무를 깎고 켜고 다듬고 맞추면서 나무와 함께 40여년을 보냈다. 그러니 작가는 이미 쟁이의 경계를 넘어 나무의 애절한 사연까지 엿들을 수 있는 달인이나 진배없다. 작가의 혼과 정신은 나무를 다루는 거칠고 투박한 손을 통해 세상에 첫 선을 보인다. 아무리 좋은 재목이어도,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어도 숙련된 손이 없으면 빛을 볼 수 없다. 작가는 그 손으로 소반을 만들고 찻상을 만든다.

윤을준 작가


자연의 숨결을 살려내고 밝은 햇살 가득한 새로운 결정체를 만들어 낸다. 저 심연의 울림까지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젊은 목공예가 윤을준 작가도 자연의 미학을 담고자 노력하는 열정이 작품속에 투영돼 있다.

한국의 도자기는 크게 청자와 백자, 그리고 분청사기로 구분된다. 청자는 중국에서 시작돼 한국에서는 고려시대에 꽃을 피었다. 유약 가운데 미량의 철분이 있어 굽힐 줄 모르는 불꽃과의 뜨거운 사랑을 통해 청록색의 유조를 띠게 된다. 비췻빛에 우아하고 기품 있는 상감문양을 더했으니 보는 사람마다 숨죽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백자는 순백색의 바탕흙 위에 투명한 유약을 발라 번조한 자기인데 고려시대에 청자와 함께 만들어졌으며 조선시대에는 자기의 주류를 이루었다. 순백의 달항아리는 형형하고 푸르둥둥한 기운마저 담아내고 있어 보는 사람의 가슴이 떨릴 지경이다.

이와함께 무늬를 표현하는 수법과 물감의 종류에 따라 순백자, 청화백자, 철화백자, 진사백자 등으로도 나뉜다. 또 분청사기는 회색 또는 회흑색 태토 위에 백토니白土泥를 분장한 다음 유약을 입혀서 구워낸 자기로 청자나 백자에서 볼 수 없는 자유분방하고 활력 넘치는 실용미가 돋보인다.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의 약칭인 분청사기는 분장과 무늬를 나타내는 방식에 따라 상감·인화·박지·철화·귀얄·덤벙 등의 표현기법을 쓴다.

김진규 작가

진천공예마을에 가면 다양한 종류와 기법의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진도예공방의 김진규 작가는 분청인화기법의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듣지 못하는 장애를 안고 전통 도예의 맥을 잇는 의지의 한국인이자 아티스트다. 작가는 "백자는 감촉이 부드러우며 적당한 빙렬이 있어야 하고 분청은 자연스러운 맛이 나야 한다"면서 "나의 모든 것을 비우고 오직 작품에만 몰입하지 않으면 작품이 나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자기는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익히며 만들 수 있지만 만든 이의 정성과 혼을 담지 않으면 생명력 넘치는 작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여울공방의 손종목 작가는 투명한 백자위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가다. 바람이 노닐다 간 자리, 꽃이 머문 자리 등 작품마다 즐거운 시선을 모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아름다운 쓰임이 아니라면 결코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고집과 그 고집을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있어 흥미롭다. 벽촌도방의 김장의 작가는 간결한 장식미가 돋보인다. 그의 심성이 어질고 명쾌하며 간결하듯이 작품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작가의 심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단순한 절제미와 실용성, 그리고 쓰면 쓸수록 편안하고 정감 넘치는 것이 김장의 작가 작품의 특징이자 장식의 미라 할 것이다.

진천공예마을의 캠프장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고래실공방의 연방희 작가다. 세무사로, 산악인으로도 알려져 있는 그는 자연속의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각양각색의 색감을 만들어내는 천연염색 작가다. 그의 구순한 입담과 함께 직접 빚은 술 한 잔을 곁들이면 풍류가 따로 없다. 진정한 풍류는 술이 아니라 삶의 자세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 여백을 만들고 변화 없는 일상을 창의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삶으로 이끌어내려면 풍류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일만큼 놀이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천연염색의집 김필례, 도미원의 김종태, 무아공방의 이무아, 채움공방의 정영훈 작가 등 33인의 찰진 공예의 멋, 공예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 등나무덩굴로 몸을 피하고 물레방아를 벗삼으면 된다. 뙤약볕을 피할 그늘이 되어주고 산바람 코끝을 스치는 맛이 일품이다. 지금 등나무덩굴에 주렁주렁 보랏빛 꽃송이가 열렸다. 내 마음도 저 꽃송이처럼 늘어져 있다.

지금 시골길에는 개망초꽃이 한창이다. 노란속살과 하얀꽃술이 작고 앙증맞다.

황금색 들녘과 오방색으로 물든 계곡과 푸른 하늘과 솜털 같은 구름과 고추잠자리가 춤을 추는 마을에서의 하룻밤. 손으로 빚은 아름다운 공예이야기와 함께 하는 1박2일의 여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내 마음도 붉게 노을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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