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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소풍길 - 증평 장뜰시장·좌구산휴양림

인심 한 움큼, 추억 한 아름 안고 오는 길

  • 웹출고시간2011.07.28 19:18:4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좌구산휴양림 목전의 율리저수지. 호수와 산과 들의 기운이 이곳에서 모여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데 그 풍광이 신령스럽다.

'숲'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보세요. 그 어느 말보다도 마음이 아늑해지고 꿈결같은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당장이라도 푸른 숲속으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에 설레고, 기억 속 어느 순간이 애틋하게 떠올라 물결치는 숲의 바다가 내 안에서 출렁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숲이 아늑하고 편안한 이유는 피톤치드가 주는 신선한 공기와 맑고 향기로운 기운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그곳에서의 가슴 시린 기억을 하나씩 품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기억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산길 들길 따라 바람처럼 들꽃처럼 뛰어다니던 시절의 추억도 있을 것이고, 가난하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도 있을 것이며, 짙푸른 녹음 속에서 하룻밤의 달콤한 추억을 쌓은 분도 있겠지요. 그 날 밤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을 보며 가슴 떨리는 사랑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지요. 아니, 저잣거리의 고단하고 막막한 삶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는 으레 산이나 강을 찾게 마련인데 그 때마다 푸른 숲이 우리를 두 팔 벌려 반기곤 하지 않았습니까.

호수 아래로 황금들녘이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 증평읍내가 보인다.

숲은 생명이 있는 이 땅의 모든 존재 중에서 최고의 미덕과 품격을 갖고 있습니다. 오는 사람 마다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으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할 것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아낌없이 주는 참으로 좋은 벗입니다.

7월의 숲이 미치도록 아름다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햇살과 구름, 바람소리와 계곡의 쏟아지는 물소리가 크고 작은 나무들과 잎새들과 꽃잎들과 함께 바스락거리며 흙냄새 풀냄새 솔솔 향기롭습니다. 무미건조한 내게 무한한 에너지를 주고 또 주고, 그리고 또다시 주곤 합니다. 어머니의 품속에서, 고향의 언덕에서 느낄 수 있는 신비로움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그래서 숲속에서 귀를 기울이면 '수굴~, 수굴~' 소리가 납니다. 숲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오늘 당신의 숲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평화롭고 촉촉하게 빛나는 숲속으로 달려가세요. 마뜩하게 반짝이는 그 곳에서 나만의 내밀함을 만들어보세요.

늪지에서 자라는 다년생초 부들. 예전에는 지천에 널려 있었는데 지금은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우리 몸에는 구석구석 숨구멍이 있다. 그 숨구멍으로 숨을 쉬며 살고 있으니 기분 좋은 사람, 건강한 사람의 첫 번째 조건은 신선한 산소를 호흡하는 일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네는 삶이 고단하고 눅눅하며 번잡하기 때문에 늘 정신이 혼미하다. 게다가 공장과 차량의 매연, 쏟아지는 쓰레기 등 도시의 공해와 유해 산소로 인해 오장육부와 피부까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실내나 지하에 오랫동안 거주하면 만성 저산소증을 겪으면서 심각한 질병에 시달릴 수도 있다.

반면에 맑고 깨끗한 숲에 들어서면 누구나 몸과 마음이 가볍고 산뜻해지며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유해 산소를 호흡하던 도시의 삶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체에 유익한 산소의 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물이 가득한 숲길의 산소량은 도시보다 2% 가량 많다고 한다. 잠시라도 숲속에서 공기를 들이마시면 정신이 맑고 쾌적해지는 느낌이 들며 피로를 덜 느끼는 것도 산소가 신체 구석구석의 세포에 충분히 공급되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피톤치드의 배출량이 많은 한낮이, 겨울보다는 녹음이 우거진 여름철에 더 많은 산소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증평읍내에서 초정리 방향으로 달리면 끝자락에 좌구산휴양림이 있다. 차창 밖으로 신록의 논과 밭과 산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오솔길과 고갯마루를 넘어가면 하늘보다 더 푸르고 짙은 호수가 맞닿아 있다. 다시, 산길 들길을 벗 삼아 오르다 보면 삼삼오오 시골집이 정겨운 미소를 풍기고 있다. 돌담 사이로 채송화 손뼉 치며 노래하고, 봉숭아 연정 터지는 소리가 붉고 소란스럽다. 아이들은 작은 공터에 모여 않아 숨바꼭질과 고무줄놀이 한창이고 얼룩빼기 황소는 한낮의 햇살에 졸음 겹다.

도시에서 불과 30여분 남짓의 거리에 오지가 있다니…. 설렘을 안고 오르고 또 오르니 막다른 길이다. 차로는 더 오를 수 없다. 여기부터는 걸어야 하는데 좌구산휴양림의 높고 푸른 기운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아니, 온 몸으로 나를 껴안는다. 온 가족과 함께하는 이곳에서의 하룻밤 추억여행은 어떤가. 촘촘하게 빛나는 별을 세고, 반딧불이 사랑의 세레나데와 함께 춤을 추며, 달빛 숲속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여치 메뚜기 등 곤충들과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덧 새벽이슬이 내 마음을 적신다.


아쉬움을 달래고 번잡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에 증평읍내의 장뜰시장 구경을 하면 어떨까. 옛 추억을 되살리고 후한 인심까지 얻을 수 있으니 아니보면 후회막급이다. 장뜰시장은 청주의 육거리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충북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이다. 증평 괴산 음성 진천 일원에서 가장 큰 5일장이 열리는 곳이며 100년 넘게 이어온 뿌리 깊은 삶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청주와 충주를 잇는 교통섬이기도 해서 전국의 봇짐장수들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곳이니 단순한 물물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소통과 정보의 플랫폼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명의 노래로 가득한 장뜰시장.

새벽안개가 걷히자 장뜰시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먼지 푸석이는 버스에서 보따리를 든 할머니들이 내리고, 채소와 과일 인삼 옥수수 등을 가득 실은 경운기가 장터 입구에 고개를 내민다. 자글자글 주름 가득한 촌로는 경운기에 실려 있는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니 어느새 장터골목은 잔칫상으로 푸짐하고 충청도 시골 사람들의 구순한 말과 표정이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산나물 들나물 민물고기 할 것 없이 내륙의 보배들은 제다 모였으니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이요, 아이들에겐 살아있는 농촌체험 학습장이며, 온 가족의 즐거운 소풍길이다. 딸아이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패션상품에만 눈길을 주던 대형 매장에서의 쇼핑과는 달리 고사리 취나물 뽕잎 미꾸라지 다슬기 등을 보고 즐기느라 애비보다 더 바쁜 표정이다. "할머니, 열무배추 한단 주세요. 좀 더 주세요~" 딸아이가 어디서 배웠는지 흥정을 할 줄 안다. "애라, 예쁜 아가씨라 많이 주는거유~" 하며 한 움큼 더 얹어준다.

어디선가 "뻥~"소리가 터지고 구수한 옥수수 튀밥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 냄새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가 보니 뻥튀기가게가 있고 그 옆에는 50년 넘게 풀무질을 해온 대장간이 있다. 충북도무형문화재 야장 최용진씨가 운영하는 대장간이다.

장뜰시장에서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최용진씨는 불꽃피는 삶을 살고 있다.

"쉬익, 쉬이익" 풀무질이 시작되자 이글거리는 불길과 함께 뜨거운 바람이 인다. 잠시 후 집게로 꺼내진 호미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으나 대장장이의 망치질에 의해 이내 제 모습을 찾아간다. 최씨는 삼복더위에도, 삭풍이 몰아치는 한 겨울에도 풀무질을 한다. 불과 쇠를 다루며 사는 게 자신의 운명이자 삶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최씨는 16살 때, 부친이 사업에 실패해 가정경제가 막막해지자 대장간 일을 배우면 먹고 살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에 솔깃해 대장간 심부름을 시작했다. 대장간의 노동이 힘들고 고단할 때도 풀무에서 품어 나오는 불길만 보면 힘이 솟구친다는 최씨. 산업화로 인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대부분의 대장간이 쇠퇴하기 시작했지만 최씨의 대장간은 오히려 일손이 부족해 제때 납품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낫과 호미 등 농기구는 물론 창, 칼 등 전통무기류와 식도, 과도 등 각종 생활도구를 제작 판매하는 증편대장간에는 수천 개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그가 만든 전통 무기류는 드라마 '성웅 이순신'과 다큐멘터리 '신기전' 등에 사용되기도 했다.

장뜰시장은 삶의 애절함과 곡진한 마음이 담겨 있는 곳이다. 자연이 빚고 세월이 그 깊이를 더해주며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고 오고가는 생명 모두 구름나그네처럼 정처 없다. 그러하니 그곳에서 인심 한 움큼, 추억 한 아름 안고 새로운 길을 자박자박 걸어가면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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