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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해마다 오월이면 강원도 산나물을 주문한다. 영월의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산나물은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풍부하다. 높은 산의 정기를 받아 그런지 초록의 싱그러움이 더한 느낌이다.

고령화 사회로 바뀌다 보니 요즘은 깊은 산속을 다니며 나물을 뜯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녀는 나물 뜯는 일을 너무나 즐긴다. 봄이 되면 매일 산에 올라가 나물을 뜯고 싶은 설렘에 밤잠을 설치기까지 한다면 누가 믿을까. 깊은 산속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산짐승을 만나면 무섭기도 하고 나물 보따리를 이고 지고 산에서 내려오다 굴러 넘어지기도 한다는데, 그래도 산에 다니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니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녀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십 년 넘게 온라인 카페에서 나물 뜯는 과정을 사진으로 봤기에 나도 늘 동행하는 기분이다. 며칠간 산속에서 노숙하며 예쁜 야생화를 보여 주기도 하고 이른 아침 해가 뜰 때와 석양 무렵의 황홀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굽이굽이 보이는 산 능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

나물 뜯는 노동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만 매일 매일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서 자연과 일체가 돼 나물을 뜯는 모습은 나도 모르게 깊은 산중에 함께 머물며 곁에서 지켜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남들이 볼 때는 힘들고 고단해 보이는 삶이지만 본인 스스로 즐기는 일이기에 오랜 세월 나물 뜯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일기를 보면 밤에 자다가도 새벽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탄광에서 광부들이 쓰는 모자에 달린 랜턴 불을 밝히며 어두운 밤에 산에 오르기도 한다는 말을 들으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깊은 산중을 다니며 뜯은 귀한 강원도 큰산 산나물이 내게로 왔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며 나도 설렌다. 참나물, 파드득나물, 청옥나물, 지장나물, 단풍취, 이밥취, 산당귀, 곰취, 오가피순, 어수리, 서쿠리나물, 잔대, 삽주싹, 부지깽이나물 등 종류가 30가지가 넘는다. 이름을 알려줘도 다 알지 못할 나물들이다.

모둠으로 주문해서 먹는데 나물마다 각각의 맛이 다르고 해발 1천 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주로 뜯는 나물이기에 보약 나물이라는 그녀의 말이 과장되지 않아 보인다. 먹는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기에 더없이 고맙다.

그녀는 자연을 사랑한다. 산이 주는 귀한 선물에 감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서 더 고맙다고 한다. 그렇기에 마구잡이로 나물을 뜯는 것이 아니고 나름의 철칙을 지킨다고 한다. 큰 산 곤드레를 뜯을 때는 처음에는 작은 낫으로 밑동까지 싹둑 베어낸다. 그러면 여러 개의 움곤드레가 나오는데 꽃이 필 대궁 한 대만 남기고 또 뜯는다. 그러면 꽃이 핀 후 씨앗이 퍼져 내년에 또 뜯을 수 있다고 한다. 순간의 욕심이 매이지 않는 그녀만의 지혜가 담긴 일이다.

그렇게 여러 종류의 나물들을 편안히 집에 앉아서 먹을 수 있으니 고맙고 그 과정을 알기에 내게는 나물 그 이상의 의미로 와 닿는다. 무거운 나물 보따리를 매고도 환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매년 오월이면 초록 내음 가득한 강원도 산나물을 오래도록 선물처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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