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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식생활 리포트 - 충북편⑤

버려지는 농산물 제로 '푸드 업사이클링'
충북농업기술원, 농산물 부산물 활용 부가가치 창출
도라지·잔대·파프리카잎 활용 다양한 간편식 선봬
집중 출하기 친환경 토마토 활용 연구 착수
특허 출원 등 연구 성과, 기술지도·이전위해 노력
"농촌·소비자 넘어 환경 생각하는 상생 가치 실현"

  • 웹출고시간2024.06.02 16:01:21
  • 최종수정2024.06.02 16:01:21

상품성이 떨어진 고구마(품종 풍원미)로 만든 증류주 시제품.

ⓒ 안혜주기자
[충북일보] 기후 위기를 가져온 주요 원인은 온실가스다. 연간 전 세계 온실가스(GHG) 배출량의 10%가 음식물과 관련된 폐기물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음식물쓰레기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근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이 펴낸 '2024년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Food Waste Index Report 2024)'를 보면 2022년 한 해 동안 음식 및 식품, 식량 등 먹을 것이 10억t 넘게 쓰레기로 버려졌다.

이는 1명당 132㎏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한 것으로 전체 먹을 것의 5분의 1에 해당하며 비용으로 따지면 1조 달러(1천34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식량난과 더불어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가 대두되며 주목받는 분야는 바로 '푸드 업사이클링' 또는 '업사이클링 푸드'다.

충북농업기술원 농업환경연구과 식품자원팀 직원들. 왼쪽부터 강혜정 공무직, 박혜진 지방농업연구사, 박재은 지방농업연구사, 엄현주 식품자원팀장, 정윤진 공무직.

ⓒ 안혜주기자
푸드 업사이클링은 '푸드(Food) + 업사이클링(Upcycling)' 의 합성어로 상품 가치가 없는 식재료나 식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업사이클링 푸드는 섭취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모양과 품질이 균일하지 않아 상품성이 없어 이른바 못난이농산물로 불리는 과일이나 채소를 상품화하거나 재가공한 식품과 식품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다른 유형의 식품으로 재창조한 식품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경우 매트리악푸드가 상품성이 없는 채소를 원재료로 만든 소스류, 육수, 스튜 등을 판매하고 있고 리뉴얼밀이 오트 밀크, 아몬드 밀크 제조 후 남은 부산물로 만든 쿠키와 제과용 믹스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업사이클링 푸드에 대한 연구·개발과 생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과 두부 제조 과정에서 깨진 조각 쌀과 콩 비지를 활용한 스낵을 출시했고 리하베스트는 맥주, 식혜 등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보리 부산물을 이용해 제과·제빵에 사용하는 식품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충북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다양한 업사이클링 푸드.

ⓒ 안혜주기자
푸드 업사이클링은 식품 산업은 물론 농업에서도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이슈다.

기후변화와 농업인의 고령화, 농산물 시장 개방 등에 대응해 충북농업기술원은 상품성이 저하된 비규격 농산물과 식품 제조·폐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연구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충북농업기술원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때는 2016년 8월 충북 대표 특화작목인 도라지를 이용한 잎차를 개발, 특허를 출원하면서다.

주로 뿌리를 식용으로 활용해온 도라지는 인삼처럼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어 면역력 증진, 항암 및 항균효과를 볼 수 있어 거담이나 진해의 약재로 널리 쓰였다.

충북농업기술원은 도라지의 부산물로 폐기됐던 도라지 잎에 주목했다.

덖음과 유념 과정을 거쳐 차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비타민 K의 함량은 녹차보다 3.3배 높았다.

도라지 뿌리에 존재하는 조사포닌은 잎에도 85% 존재해 뿌리만큼 생리활성이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연구를 맡았던 엄현주 식품자원팀장(농업연구사·농학박사)을 중심으로 충북농업기술원은 관련 연구에 집중했고 다양한 연구성과를 창출해 냈다.

엄 팀장은 혼합 잼 제조 기술로 무게가 덜 나가거나 소비자가 선호하는 종(bell) 모양이 아니라는 이유로 폐기 처분되는 친환경 파프리카를 잼으로 탄생시켰다.

파프리카 어린잎 나물밥.

ⓒ 안혜주기자
가공과정에서 나는 파프리카 특유의 풋내는 유자청으로 감소시키고 잼과 같은 식감을 주기 위해 사과를 활용했다.

파프리카 어린잎도 나물밥 재료로 새롭게 태어났다. 쌀을 불리는 과정 없이 나물밥을 제조할 수 있는 간편식 가공 기술을 개발, 농업회사법인에 기술 이전을 했다.

파프리카를 재배할 때 어린잎을 제거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때 다량의 잎들이 버려지고 있다. 1㏊당 연간 3t 이상의 부산물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잔대나물밥도 업사이클링 푸드다. 잔대나물밥은 잔대 수확 뒤 버려지는 잔대잎을 현대인의 식생활에 맞게 간편식으로 만든 제품이다.

잔대의 어린잎을 건조해 당근, 버섯 등 지역의 풍부한 부재료를 혼합한 잔대나물밥은 밥을 지을 때 따로 불리는 과정 없이 간편하게 산채나물밥을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라지, 파프리카, 잔대 외에도 상품성이 떨어진 고구마(품종 풍원미)는 증류주, 도라지와 잔뿌리는 차, 고춧잎(품종 살리초)은 젤리와 담북장, 막걸리를 제조하고 남은 술지게미는 모주 DIY 키트, 끝물 고추는 부각, 우박 맞은 사과는 초산균을 활용한 식초로 각각 개발됐다.
술지게미 모주키트는 친환경쌀로 막걸리를 제조한 뒤 남은 술지게미를 활용한 것으로 알코올이 없어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기후 위기와 고물가가 겹치며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연구는 지난해부터 가속도가 붙고 있다.

충북농업기술원이 주축이 돼 지난해 10월 '못난이농산물 산업화 TF'를 구성, 식품원료로 가능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수확하지 못하거나 못생겨서 제값을 못 받는 것들, 근래에 와서 먹지 않게 되고 버려지는 농산물을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앞으로 파프리카 혼합 음료, 분말 조미료, 스마트팜 연계한 못난이 농산물(딸기, 복숭아, 옥수수 등)을 활용한 가공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토마토를 활용한 분말소스 개발, 재래 콩을 활용한 대체육 개발 등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토마토 분말은 도내 친환경 토마토는 집중 출하기에 하루 1t가량이 과숙·흠집 등으로 폐기되고 있어 연구가 시급했다.

엄현주(가운데) 충북농업기술원 농업환경연구과 식품자원팀장과 팀원인 박재은(왼쪽)· 박혜진 지방농업연구사가 업사이클링 푸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엄 팀장은 "토마토를 가루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유효 성분인 라이코펜 생성을 끌어올리고 항산화효과를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이 성공하려면 기술 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최근 빠른 초산 생성과 기호도가 우수해 식초 제조에 적합한 초산균 2종을 특허출원 했다.

식초는 곡물 당화액, 과실주, 곡물주, 과일 착즙액 등의 다양한 원료를 주원료로 발효·숙성해 만든 것으로, 빙초산 등을 희석해 만든 희석초산과는 다르다.

식초를 제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초산균이다. 우수한 초산균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료로부터 미생물들을 분리한 뒤 그중 알코올을 빨리 분해해 초산 생성력이 높은 균을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연구를 통해 블루베리, 포도, 산딸기 등 천연 발효액 8종과 막걸리 식초 6종에서 균을 선발했다.

최종 분리된 아세토박터와 글루코노박터 등 2종의 균주를 혼합해 사과식초를 제조했을 때, 식초 생산이 빠르고 기호도가 가장 우수했다. 특히 향기 성분 물질의 종류가 증가했다.

발효식초는 특유의 풍미와 신맛을 가지고 있어 기호가 높으며 기능적으로도 노화 방지, 항당뇨, 피로회복, 동맥경화 및 고혈압 예방 등의 효과도 있다.

초산균 2종은 앞으로 향후 업사이클링을 포함한 식품 산업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지속적으로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품을 개발하고 도내 기업체에 실용화될 수 있도록 기술지도에 노력할 계획이다.

하반기는 충북 북부권(충주 예정)에서 특허 20건에 대한 기술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특허 출원에 그치지 않고 기술 이전을 통한 제품화가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시대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북농업기술원이 해야 할 역할과 책임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엄 팀장은 "못난이농산물 등을 이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농산물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는 환경오염이나 식량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폐기할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와 이산화질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썩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역시 환경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품 농산물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우수한 농식품을 개발함으로써 농업인의 재고 부담을 덜고 농촌, 소비자를 넘어 환경을 생각하는 상생의 가치 실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안혜주·임선희기자 asj1322@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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