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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그림이야기' - 낭만과 예술의 나라 프랑스 한달살기①

  • 웹출고시간2024.06.24 17:32:19
  • 최종수정2024.06.24 17:32:19

민화그리기 지도.

ⓒ 이동우
올해 2월 말 33년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니, 그 동안의 수고에 보상을 해 주는 듯, 좋은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2024 프랑스 한글학교 입양동포 캠프' 민화 그리기 프로그램 강사로 초대받아 프랑스 한달 살기를 한 것이다. 처음에는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에 있는 370년 된 고성에서 2박 3일로 진행되는 캠프에 참석하는 일정만 있었는데, 한국에서 민화 그리기 강사가 온다는 것이 소문이 났는지, 스트라스부르와 낭트에 있는 한글학교에서도 민화 그리는 것을 지도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생각지도 않게 한 달간 프랑스 곳곳을 여행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숙소도 호텔이 아닌 홈스테이라서,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여행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한글학교는 1주일에 한 번 모이는 우리 교포들의 친목 단체인 줄 알았는데, 학생 대부분이 한류에 빠진 프랑스인들이라서 많이 놀랐다. 그들을 만나 보니 한국문화에 관심이 정말 많았고,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 한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이번 여름 방학 때 한국을 여행할 계획이라며 꿈에 부풀어 있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2일간 숙식을 제공해 주셨는데, 우리나라 지도에 방문할 지역을 색연필로 동그라미 쳐 놓은 것을 보여 주며, 한국에 대해 궁금한 점을 많이 질문했다.

프랑스에서 한 달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올린 SNS 글들을 엮으면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을 듯하다. 이것들을 모두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해 '그림 이야기'는 잠시 접고, 여행 중 느낀 점을 쓴 글 중에서 몇 가지를 뽑아 3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잘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현장감이 느껴지는 글이 프랑스 한 달 살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한 바가지 냉수이기를 바란다.
ⓒ 이동우
◇프랑스의 결혼제도(PACS)

자유분방한 프랑스인들답게 결혼제도도 특이하다. 결혼하기 전 팍스(pacs, 시민연대계약)라고 해서 미리 살아보는 제도가 있다. 우리같이 슬그머니 동거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에 신고까지 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에서 만난 한 한국인은 혼인신고를 하러가니 '팍스도 안 해보고 결혼하냐?'고 담당 직원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팍스라는 결혼 인턴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이혼율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한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같이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거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임금들의 애민(愛民)정신

프랑스 파리, 보르도, 낭트, 스트라스부르 등을 둘러보니 웅장한 석조건물들이 놀랍고 부러웠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소박한 옛 건축물들과 비교가 됐다. 서양사람들은 조상들이 남긴 유적들을 우려먹으며 사는 복을 누리고 있는데 우리 조상님들은 이런 것도 하나 남기지 않으시고 뭐 하셨나?라는 원망스러운 맘도 조금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 옛날 기계도 없던 시대에 이런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동원되고, 피와 땀을 흘렸을까? 그것에 비하면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 살만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정조대왕은 수원화성을 만들 때 일꾼들에게 품삯을 주기까지 했다고 하는데, 이런 것과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애민정신에서 나온 산물이라 생각한다.
ⓒ 이동우
◇프랑스가 자전거 천국인 10가지 이유

1. 시내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 주차장이 잘 조성돼 있다.

2. 시내 중심에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없다. 트람(전철), 자전거, 인도만 있다.

3. 자동차 주차하기가 어렵고, 주차비와 기름값이 비싸다.

4. 친환경적으로 살고,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5. 국민성이 여유가 있다.

6. 자전거 타기 좋게 오르막이 거의 없다.

7. 소박하고 근검 절약한다.

8. 자전거로 시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9. 외곽에서 도심까지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돼 있다.

10. 과시하지 않는다. 큰 자동차를 볼 수 없다.

◇프랑스는 흡연가들의 천국

한국에서는 어른 앞에서 술은 같이 마시나, 담배는 같이 피우지 않는다.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가는 버릇없는 놈으로 찍히게 된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어른들 앞에서 담배를 거림낌없이 함께 즐긴다. 호스트 맘이 가든파티를 준비해 줬는데, 대학 다니는 아들이 아버지와 담배를 자연스럽게 피우는 모습을 보고 문화 차이를 많이 느꼈다. 우리나라도 처음 담배가 들어왔을 때는 어른과 젊은이가 담배를 함께 즐기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다 담배 연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되면서 어른 앞에서는 담배를 금하는 문화로 정착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거리에서 노천카페에서 남녀노소 담배를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을 보니 흡연자의 천국이라고 느껴진다. 참고로 담배 값은 한 갑에 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 이동우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붉은 사암으로 건축된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은 이 도시의 랜드 마크다. 소설 장발장을 쓴 빅토르위고가 '경탄할 만큼 거대하고 섬세하다'라고 표현한 이 성당은 구도심에 자리잡고 있다. 정식 명칭은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1176년 공사를 시작해 1439년 1차 완공 이후, 1880년까지 계속 증축을 해 자그마치 700년의 긴 세월을 거치며 건축한 장엄하고 웅장한 성당 건축물이다. 300년 동안 짓고 다시 400년을 증축했다니, 실제로 보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끈기, 예술정신, 인간의 무한한 능력, 백성들의 피와 땀, 절대왕권, 종교의 힘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촌이 땅을 사니 기분이 좋다.

프랑스 사람들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행복 제일주의, 실용주의가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다. 어느 분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살지 않고, 행복해 보이기 위해 산다'고 말했을 정도로 남을 많이 의식하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남 잘되는 것을 시기한다. 이제 이런 나쁜 마음 다 버리고 남을 생각하며, 겉치레는 다 버리고 실용주의로 우리나라를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숙시켜야 되지 않을까? 시민의식 향상을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제안해본다. 1. 사치하지 않고, 없어도 있는 척 안하기 2. 남 눈치 안보기 3. 남 험담 안하고, 남에게 피해 안 주기 4. 남 잘 되는 것에 배 아파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 5. 다른 사람 사생활에 깊이 관여 안 하기 6. 상대방 배려하기 7. 허례 허식 버리기 8. 여유있게 살기 등 쉽지 않겠지만 도전해 봐요. 도전!

이동우

미술관장·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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