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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그림이야기'- 낭만과 예술의 나라 프랑스 한달살기②

  • 웹출고시간2024.07.10 16:11:37
  • 최종수정2024.07.10 16:11:37

프랑스의 노천 카페.

ⓒ 이동우 작가
◇노천카페

빈센트 반 고흐가 노천카페 야경을 그린 '밤의 카페테라스'라는 작품이 있다. 동생 테오에게 생활비를 받아 근근이 살았을 고흐 형님은 작품 속에 나오는 노천카페를 자주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래 전 카페에 앉아 작품과 살아가는 고민을 많이 했을 그를 생각하며 시원한 흑맥주 한잔을 했다. 그런데 주변 분들이 남녀노소 흡연을 즐겨, 원치 않은 담배 연기를 많이 마셨다. 다른 것은 몰라도 흡연문화는 우리가 한 수 위다. 30여 년 전 교직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교무실 책상마다 재떨이가 있을 정도로 실내흡연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러다 어느 날 실내흡연이 싹 사라졌다. 이를 볼 때 우리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안 좋은 버릇들을 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다 같이 노력해 경제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선진문화를 정착시켰으면 한다. 대한민국 파이팅!

프랑스의 한 주차장에 마련된 작은 화단.

ⓒ 이동우 작가
◇아스팔트 주차장에 나무 심기

우리나라의 대형 주차장에 가보면 나무 한 그루 볼 수가 없고 삭막한 아스팔트만 포장돼 있다. 프랑스에서는 A4 크기보다 좀 크게 묘목을 심을 수 있는 마름모꼴 구조물을 곳곳에 만들어 그 곳에 나무들을 심었다. 지금은 비록 작은 묘목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거목으로 큰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다. 주차장에 화단을 제대로 만들려면 면적을 많이 차지하고 비용도 많이 들겠지만 이곳처럼 하면 저비용, 고효율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도입했으면 좋겠다.

프랑스 거리의 간판.

ⓒ 이동우 작가
◇프랑스 간판의 세련미

프랑스 보르도 시내를 다니다 보니 건물에 붙어있는 간판이 보일 듯 말 듯 작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간판은 건물 벽면을 다 가릴 정도로 대문짝만하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우리나라는 가게 간 경쟁이 심하다 보니 간판을 크게 하면 눈에 잘 띄어 손님들이 많이 올 것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국민소득 3만 불이 넘어가면 간판이 작아진다는데 우리나라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물질적으로는 선진국과 비슷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개발도상국인 것이 확실하다. 큰 간판을 보면 덕지덕지 화장했지만 왠지 아름답지 않고 천박한 이가, 작은 간판에서는 맑게 세수한 청순한 여인네에서 풍기는 세련미가 느껴진다. 학교 교문만 크고 멋지게 만든다고 그 학교가 명문 학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왜 모를까? 이동우 미술관 간판도 크게 할 생각이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생각을 바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미술관 간판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마을 중앙에 조성돼 있던 프랑스의 공동묘지.

ⓒ 이동우 작가
◇프랑스의 공동묘지

우리나라는 사람이 죽으면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진 산에 모시지만, 이곳 프랑스 사람들은 산사람들과 더불어 지낼 수 있도록 동네 한가운데에 묘지를 만들었다. 마을 중앙에 있는 카톨릭 성당 옆에는 대부분 공동묘지가 조성돼 있다. 무덤을 늘 보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현상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면서 죽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 같았다.

프랑스 보르도의 포도밭 풍경.

ⓒ 이동우 작가
◇프랑스의 농업

"조물주가 기분 좋을 때 프랑스 땅을 만들었고, 기분 나쁠 때 프랑스 남자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는 것을 교포에게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프랑스 땅은 비옥하고 넓습니다. 달려도 달려도 산이 안 보이고 끝없는 초원과 포도밭만 보인다. 보이는 것은 산이고 어쩌다 손바닥만한 논밭이 보이는 우리나라가 생각났다, 프랑스는 전체적으로 밀과 유채꽃을 많이 심는데, 보르도는 와인의 고향답게 포도밭만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포도의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나무를 크게 키우고 여러 가지 과학영농을 활용하는데, 이곳 포도나무는 키가 1m도 안 돼 보이고, 열매도 한 두 송이 정도 열릴 것 같이 부실해 보인다. 땅이 넓으니 한 나무에 많은 열매를 열리게 할 필요성을 못 느끼나 보다. 그럼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얼마나 많은 농사를 짓고 있을까? 우리나라가 1~1.5㏊의 면적에 농사를 짓는 것에 반해 프랑스는 1농가당 평균 재배면적이 100~200㏊로 거의 100배 많이 짓고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의 한 농가가 5천 평의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프랑스는 50만 평을 짓는다는 얘기다. 굴삭기(포크레인) 앞에서 삽질하는 수준다. 미국이 알래스카를 헐값에 구입했듯이 우리도 어디 다른 나라에 저렴하게 나온 땅 있으면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인구와 국토면적은 국력이다.

빈센트 반 고흐 作 밤의 카페테라스.

ⓒ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Kroller-Muller Museum)
◇낭트에서 만난 언어 천재 소녀

아빠와 함께 모임에 나온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똘똘하게 생긴 한 소녀를 만났다.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 소녀는 한국어를 비롯해 무려 7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어, 불어, 일어, 독어, 스페인어, 영어 등 하도 많아서 하나는 생각이 잘 안 날 정도다. 그 소녀는 한국에서 5년간 일한 프랑스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어디서 언어들을 배웠냐고 물으니 혼자 공부해 터득했다고 답한다.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통역사가 되는 것이고 대학도 그쪽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통역사가 되면 현산의 작품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냐 물으니 좋다고 해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그 소녀는 모임 다음날 현산 얼굴에 난 상처가 안타까웠는지 엄마에게 말해 연고를 전달해 주러 민화 수업시간에 불쑥 나타나 현산을 감동시켰다. 이에 뭔가 답례하고 싶은 맘이 생겨 목에 걸고 있던 오래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구입한 당초 문양이 그려진 황금색 끈타이를 벗어 줬다. 프랑스 한달 살이에서 맘이 따뜻한 분들을 많이 만나니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이동우

미술관장·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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