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힘껏

베버 : 사냥꾼의 합창

  • 웹출고시간2024.06.20 15:03:42
  • 최종수정2024.06.20 15:03:42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학원 현악실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난다. 초등 저학년 어린이가 베버의 '사냥꾼의 합창'을 연습하고 있다. 이 곡은 바이올린 교본 2권에 나오며, 스타카토와 슬러(이음줄)가 많아 저학년이 연주하기엔 쉬운 곡은 아니다. 그러나 가락이 제법 경쾌하게 들린다. 현악실에 들어가 보니 연습하는 귀염둥이가 팔이 아픈가 보다. 쉬고 싶은 표정이다. 이처럼 소곡도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연주자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담긴다.

19세기 독일 낭만 오페라의 새로운 장을 열은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는 독일에서 태어났다. 오래전 서유럽을 여행할 때 독일 드레스덴에 간 적이 있었다. 공원에 베버의 동상이 있었다. 주변에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수를 먹도록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돼 있었다.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베버와 함께하는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조용히 흐르는 베버의 음악은 지친 일상을 벗어난 그들에게 삶의 큰 선물이었으리라.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는 독일 국민 오페라의 기원이 되는 작품으로 칸트의 대본이 바탕이 된다. 특히 3막에 나오는 '사냥꾼의 합창'은 사냥꾼들이 새벽 안개를 헤치고 씩씩하게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들썩이는 합창곡의 대명사적인 작품이다. 특히 후주까지 있는 곡으로 힘찬 말발굽 소리의 가락이 특별한 느낌을 준다.

이 합창곡을 기악곡으로 초등생들에게 가르치던 추억이 그려진다. 학예회 곡으로, KBS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올린 곡이다. 현악 중주로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첼로로 연주하던 꼬마 음악가들이 지금은 성인이 되어 오케스트라 주역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본다. 또한, 피아노 트리오로 현악과 함께 피아노를 치던 제자는 의사 선생님이 됐다. 그들은 어린 시절을 곱씹으며 추억을 물들이리라.

중학교 합창반 시절이 특별하게 오버랩 된다. 전주가 시작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노래가 끝난 후에 마치 사냥을 끝낸 것처럼 기분이 드는 상쾌한 곡이다. 이 곡은 대부분 혼성 4부 합창곡으로 편성돼 무대에 오르는 곡이다. 그러나 내가 다니던 중학교가 여자중학교여서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로 나눠진 3부 합창으로 예술제에 참가했다. 예술제 경연에 참여할 때 우리말로 번역해 부르던 노랫말을 떠올리며 불러본다.

무엇에다 비할까 사냥의 기쁨/무한 힘과 생명이 넘쳐흐른다

군호 소리 맞추어 푸른 들에 엎디어/산을 넘어 노루를 쫓는 것은/

왕후의 즐거움 남자의 즐거움/팔과 다리는 튼튼하게 되어

수풀과 바위위에 산울림은 울고/그 속에 소리 높여 개가를 부른다

랄~랄라 랄~랄라 랄랄랄 랄랄랄 랄랄랄 랄랄랄 랄랄랄라 랄랄랄라 랄~랄랄 랄랄라(후략)

곡의 처음부터 경쾌한 리듬이 계속 나와 화음을 맞추며 즐거웠다. 경연 도중 끝부분에 문제가 생겼다. 알토 파트인 한 학생이 긴장했었는지 '랄'하며 랄 랄라의 한음을 소리냈다. 곡이 끝났는데 우리 모두는 당황했었다. 결국, 최고상을 받지 못했다. 단원들은 원망의 눈빛으로 그 학생을 쏘아봤다. 지휘하신 소프라노 음악 선생님이 실수한 학생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괜찮다. 힘껏 했으면 됐다. 다 배우는 과정이지"라고 말씀하시며 웃으셨다. 시나브로 칠순을 넘어 황혼 길을 가며, 선생님이 그 학생을 따듯하게 감싸주신 말씀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힘껏'이라는 표현의 말씀은 내 삶의 리듬이며 지표로 품고 있다. 학교와 학원에서 수 많은 제자를 가르치며 거의 오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합창, 합주를 지도하며, 피아노는 물론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기의 기초까지 가르쳤던 생각에 스스로 행복하다. 대회에 참가하고, 학예회를 하며 학원생 발표회까지 제자들과 함께했던 추억이 윤슬처럼 반짝인다. 시나브로 황혼 길을 가며 힘껏 달렸던 그 시절을 반추 해본다. 흡연이 길을 가게 따라준 제자들이 더없이 고마운 마음이다.

아침 산책길 공원에 까치와 이름 모를 새들이 노래한다. 어미 새가 작은 아기 새를 데리고 넓은 공원을 걷는다. 아장아장 따라 걷던 새가 날개 펴고 날며 소리를 낸다. 어미 새가 따라가며 힘껏 가르침을 주는 모습을 본다. 그뿐이랴 소소리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보라. 찬바람 살바람을 이기며 살고 있지 않은가. 풋풋한 나뭇잎들 또한 연둣빛에서 초록빛이 되며 힘껏 살고 있다. 아침 이슬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풀꽃들을 깨운다. 햇살이 찾아오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사라지지 않는가. 모두가 소박한 삶을 위해 힘껏 피어난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현악실로 들어와 피아노 앞에 앉는다. 귀염둥이가 바이올린으로 한 음 한 음 정성껏 연습하고 있다. 그 어린이와 반주를 맞추어 본다. 연주하는 '사냥군의 합창'이 반주와 맞지 않고 음정이 불안하다. 음악은 어떤 악기든지 많은 반복연습을 통해 정확한 음정을 찾아 연주해야 완성되며, 아름답게 들린다. 귀염둥이는 연습 방법을 느낀 듯, 빙그레 웃으며 연습을 더 하겠다고 한다. 수강생들과 반주를 맞추는 이 시간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운 행복이라고 하련다.

이처럼 음악을 접하다 보면, 뇌 속에서 시각적 공간적 정보를 처리하는 기능이 발달하게 된다고 할 터이다. 필자는 권한다. 아직 어떤 악기도 다룰 줄 모르는 성인이라면, 최소한 방법으로 어떤 영역의 음악이라도 시간을 내어 들어보라고. 아무리 생각이 많고 머리가 무거워도 어렵지 않은 듣기 편한 곡을 들으면, 마음이 정리되며 치유되리라.

보헤미아 깊은 숲을 무대로 낭만이 흐르는 '마탄의 사수' 오페라가 그려지며 3막 '사냥꾼의 합창'이 마음속에 감돈다. 학원생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꽃으로 피어나며 그윽하다. 작은 손으로 힘껏 연습하는 그들의 순수함이 맑은 음이 되어 울려 퍼진다. 사근사근 미쁘게 화답하며.

참고문헌

'서양음악사' 심설당, '위대한 음악가들' 종로서적, '고등학교 음악' 금성출판사, '세광합창곡집' 세광출판사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임호선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