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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식물이 아니란다. 오히려 말라리아나 짚신벌레와 가까운 생물체란다. 유일하게 우리 자식 중에 어머니 입맛을 닮은 나는 고기를 잘 먹지 못한다. 가족 중 누구의 생일이건 어머니가 푸신 제일 큰 대접의 미역국은 언제나 내 차지였다. 고기를 못 먹으니 그거라도 많이 먹으라고 하신 어머니의 속정이었다. 이제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미역이 식물이 아니라 생물체라는 소식을 들으시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음력 6월은 친정식구 여섯 중, 4명이나 생일이 있는 달이다. 작은 오빠가 제일 먼저고, 그 다음은 나인데 아버지와 이틀 상관이었다. 그러니 언제나 아버지 생일에 작은오빠와 나는 얹혀 생일상을 받았다. 생일상이라고 해야 맹미역국에 여느 때 보다는 종류가 조금 늘어난 나물, 동태탕이 다였다. 어머니 생신은 그나마 말경이니 거리가 있어 따로 차리셨다. 아버지 생일상이지 내 생일상이냐고 게정을 부리면 엄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고는 이틀 차이가 별 대수냐고 꾸중을 하셨다. 우리 집은 생일이면 언제나 맹미역국을 끓였다. 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은 어머니와 나 뿐이었는데도 우리 집에서 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은 보지 못했다. 아마도 옹색한 살림 때문인 것도 있었겠지만 어머니가 고기를 드시지 못하니 그러했을 것이다. 우리 집 미역국은 들기름에 미역을 넣어 달달볶아 끓였다. 뽀얀 국물의 깔끔하면서도 진한 미역국은 고기를 넣지 않았어도 단백하고 맛났다.

딸은 어머니를 닮는다고 했던가. 나도 미역국을 끓일 때면 일체 다른 것은 넣지 않는다. 물론 고기를 넣거나 조개를 넣으면 영양가도 더 좋고 맛이 있을지도 모르나 텁텁한 맛의 끝 맛이 깔끔하지는 않는 듯하다. 들기름으로 끓인 미역국은 남편도 아이들도 좋아한다. 하지만 큰 딸아이만은 제외다. 내가 끓인 것은 물론이고 고기가 들어간 모든 미역국까지 먹지 않는다. 자기는 아기를 낳으면 된장국을 끓여 달란다. 큰아이가 그러는 게 마치 내 탓 같아 미안할 때가 많다. 큰아이는 첫 아이라 그런지 산통도 극심한 건 물론이고 시간도 꼬박 하루를 걸려 해산을 했다. 출산을 하고 병실에 들어오니 산모용 밥이 나왔다. 소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이었다. 입안도 헐어 깔깔하고 탈진한 상태에서 받은 미역국은 냄새조차도 역겨웠다. 자연 분만이었는데도 사나흘은 입원을 했던 듯하다. 입원 내내 종류가 다르게 나오던 고기 미역국을 나는 입에도 대지 못하고 맨 밥만 먹었다. 미역국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모유수유를 해서일까. 이상하게도 큰 아이는 어려서나 성인이 된 지금도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 그 옛날 바닷속 포유류 돌고래가 새끼를 낳고 미역을 먹는 것을 보고 먹기 시작했다는 산모들의 미역국,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이 되었다. 바다도 못가 본 어머니는 미역을 돌고래가 먹은 줄도 까마득히 모르셨다. 그런 어머니는 내 생일이면 대문 안에 길쭉한 산모용 미역을 슬그머니 밀어 넣고 가셨다. 미역을 바다에서 나는 풀이라 여겼던 어머니가 고기대신으로 해 주셨던 귀한 미역국, 생물이면 어떻고 바다나물이면 어떠랴. 어머니가 해 준 최고의 알천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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