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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그래도 희망을 말하고 싶다

  • 웹출고시간2024.06.16 13:44:12
  • 최종수정2024.06.16 13:44:12

홍승표

원남초등학교 학교장

옛 성현 맹자와 순자는 성선설과 성악설이라는 완전히 다른 주장으로 유명하다. 어린 시절 누군가 "인간의 본성은 성선설일까요, 성악설일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면 무조건 성선설이라고 대답하곤 했었다. 비교적 순수한 마음을 가진 조용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라 세상이 평화로운 줄만 알았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나를 비롯하여 주위 사람들은 선과 악 중 무엇을 지니고 태어난 존재일까. 선과 악으로만 구분한다는 것이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지는 아닐까. 이런 물음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늘 해결되지 않는 의문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한없이 착하게 살아가다가도 또 한없이 악해질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취재한 후 출간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 1963)'이라는 책에서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 개념을 제시하였다. 유대인 말살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것은 그의 타고난 악마적 성격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 없이 직무를 수행하는 '사고력의 결여'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악'은 '악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생각 없음(thoughtlessness)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하여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다양한 일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이 존재한다. 관습이나 관행처럼 내려오는 일련의 사건들, '이것은 내가 처리해야 하는 업무의 한 부분이야'라고 묻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르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내가 행한 일은 누구나 행할 수 있는 일이라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는 자기 합리화까지 보인다. 따라서 스스로 악한 의도를 품지 않더라도 평범하게 여기고 한 행동이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철학자 나카지마는 "최악의 악은 선하다고 자부하는 순간 귀찮아하는 다수에 의해 탄생한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수동적이거나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삶을 개척해 나가는 주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보다는 탐구하는 사람, 지식이 풍부한 사람, 사고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원칙을 지키는 사람,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 배려하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균형 잡힌 사람, 성찰하는 사람 등 '선'의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최근 충북도교육청에서 학교 관련 정책으로 IB 교육과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다. 학습자들에게 학교를 넘어 사회구성원으로서 포괄적인 학습자상을 제시하는 교육과정이 IB 교육과정이다. 특히, IB 교육과정은 희망이 있어야 한다. 학습자에게 교육과정 속에 내포하고 있는 생각과 현상들이 우리의 삶(life, living)과 서로 연관되어야 하고 그 삶을 살아가는 인간을 긍정적인 존재로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학습자가 속한 세상, 학습자의 삶(life, living)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려는 용기를 가진 존재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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